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업체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신규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국내 장비 업계가 수년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최근까지 업황 부진으로 우리나라와 일본 디스플레이 업계가 신규투자를 줄이면서 많은 장비 업체는 매출이 반토막 났고 일부 업체는 생존 위협까지 느꼈다. 하지만 올해 중국 업체 설비투자 훈풍에 힘입어 단기간에 실적을 회복했고 전년 대비 매출이 두 배 이상 뛰어오르는 기업도 등장했다.
국내 주요 디스플레이 장비 업계는 2분기 실적이 크게 향상된 데 이어 하반기에도 기조를 이어가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스에프에이는 중국 투자 급증으로 지난 2분기 매출액이 1000억원대로 올라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5.3%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293.2% 증가한 176억원을 기록했다. 3, 4분기에는 분기 실적 개선이 더 큰 폭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3분기에는 중국 CSOT T2 8세대 공장의 2단계 투자로 신규 장비 수주가 기대되면서 매출액 1457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4분기에는 BOE LCD 신규 투자 등으로 더 큰 폭의 실적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AP시스템 역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19.7% 늘었고 같은 기간 매출액은 630억원으로 75.3% 증가했다. 올해 중국 매출 급증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962억원, 27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69%, 642%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열처리 장비 업체 비아트론은 올해 전년대비 매출 두 배인 700억원 달성이 목표다. 하반기 BOE, 티안마, 대만 AUO가 저온폴리실리콘(LTPS) 액정표시장치(LCD) 증설에 나서면서 신규 장비 수주가 기대되고, 트룰리도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에 나서면서 OLED 신규 매출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사장비 업체 디이엔티는 올해 중국 시장 확대를 통해 흑자전환하고, 매출도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이 회사는 그동안 업황 부진으로 2년 동안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연간기준 실적 턴어라운드를 예상하고 있다.
LIG인베니아도 지난해 62억원 영업 손실을 기록했지만 올해 중국 BOE와 68억원 규모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흑자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신규설비 투자는 입찰 공고만 1000건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 공고된 입찰만 695건이다. BOE, 티안마. CSOT 등 3대 디스플레이 메이저 업체가 세계 디스플레이 설비 투자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이 같은 중국 업체 투자 열풍은 앞으로도 2년 이상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패널 업체들의 생산능력은 연간 15% 이상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중국 장비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 장비업체 매출도 당분간 동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