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마케팅 타깃으로 ‘키덜트’가 자리 잡고 있다. 각종 캐릭터 상품을 활용한 금융 상품을 내놓고 어린 아이의 감성을 지닌 어른을 지칭하는 ‘키덜트 2040세대’를 겨냥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우리, 하나, 외환, 수협, SC제일은행 등 다수 은행이 캐릭터와 금융상품을 결합해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는 카카오의 이모티콘 ‘카카오프렌즈’다. 지금까지 우리, 하나, 외환, 수협 등이 카카오 캐릭터를 담은 카카오 통장을 선보였다. 지난해 11월 우리은행은 ‘우리뱅크월렛카카오’를 출시하고 올해 초 하나은행도 하나뱅크월렛카카오 통장을 내놓았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지난해 7월 인기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캐릭터와 미키 마우스를 모델로 한 통장과 카드를 출시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당시 겨울왕국 캐릭터 통장은 한정판으로 제작됐다.
30대 직장인 오씨는 “좋아했던 겨울왕국 캐릭터가 그려진 체크카드를 만들기 위해 처음으로 SC은행 계좌를 만들었다”며 “하지만 겨울왕국 상품은 매진돼 디즈니 통장과 카드를 발급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SC은행은 디즈니 캐릭터 상품으로 ‘마이심플통장’ ‘내지갑통장’ ‘리워드360체크카드’를 내놓았다. 어린이 대상으로는 ‘자녀사랑통장’을 디즈니 캐릭터 디자인으로 발급했다.
금융권이 캐릭터를 새긴 통장이나 카드를 발급한 것은 기존에도 있었다. 어린이 고객을 위한 ‘자녀 저축 상품’으로 뽀로로나 타요 캐릭터를 담은 상품은 은행권에 꾸준히 인기를 끄는 스테디셀러다.
하지만 최근에는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를 좋아하는 연령층이 전 세대를 아우르면서 어른을 타깃으로 한 캐릭터 상품의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젊은층은 본인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새겨있는 통장이나 카드를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새로운 문화도 나타나고 있다.
김예구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키덜트라는 고객층은 아무래도 그만큼 문화를 향유할 수 있을 정도의 구매력이 뒷받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키덜트를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이 성과가 있다는 객관적인 증명사례가 나온다면 앞으로도 은행들이 관심을 갖고 활용할 수 있는 채널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