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전·현직 경영진자가 조직적으로 부적절한 회계 조작에 관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 다나카 히사오 사장을 포함한 역대 경영진은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로 결정했다.
닛케이신문은 제3자위원회가 회계부정 사건을 조사한 결과, 지난 2008년부터 작년까지 도시바 결산 수정금액이 총 1562억엔(약 1조4500억원)에 이른다고 21일 전했다. 이 기간 동안 도시바가 발표했던 세전 이익은 5650억엔(약 5조2600억원)이었다. 회사는 회계 과정에서 손실 계상을 미루는 등 이익을 부풀렸다.
조사 보고서는 “기업 최고 경영자와 자회사 사장이 외관상으로 당기 이익을 늘리려고 했던 사실이 인정된다”고 전했다. 다나카 사장과 이전 사장인 사사키 노리오 부회장은 제3자위원회 조사에서 손실 계상 연기 의도는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현장에서 실질적 지시로 받아 들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제3자위원회는 회사 이익 우선주의와 실적 달성 압박이 회계부정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도시바는 매달 ‘도전’이라 부르는 수익개선 목표치를 설정하고 자회사 사장 등과 면담을 하는 과정을 거쳤다. 보고서는 특히 사사키 부회장이 사장을 역임한 지난 2011년과 2012년은 과도한 목표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각 담당자들이 목표를 반드시 달성해야한다는 압력을 강하게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영업 노력으로는 달성이 불가능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차기 이익을 앞당기고 당기 비용 계상을 미루는 등 회계 부정을 저질렀다고 분석이다.
전 도시바 관계자는 “과거 2008년 미국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퍼진 이익 우선주의가 이런 사태를 초래한 것”이라고 전했다. 도시바는 미국발 경제위기 전 매출이 7조엔을 넘었지만 반도체 사업 부진 등으로 5조엔대 후반까지 내려앉은 바 있다. 이후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원전 신설계획이 중단되며 원자력 사업도 미래가 불투명해져 당장 눈앞 이익에 치중하게 됐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사업 현장에 대해서도 “상사 뜻에 거역할 수 없는 기업 풍토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계 담당 사업부장에 이르기까지 적절한 회계 처리를 위한 의식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제3자위원회는 도시바가 잘못된 회계 처리를 바로잡기 위한 내부 통제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영감사부, 리스크 관리부 내부 통제에 문제가 있었고 이사회나 감사위원회 감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다나카 도시바 현 사장과 이전 최고경영자인 사사키 부회장, 니시다 아쓰토시 고문은 회계부정 조사결과에 입각해 사임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부장 이상 간부직 관여 정도를 충분히 검토해 징계를 포함한 인사상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보고서를 반영해 과거 결산을 정정하고 지난해 결산도 확정할 계획이다. 1562억엔과 별도로 사업 수익성 하락도 반영하고 지난 2012년 결산을 중심으로 반도체, PC 사업 등에 총 700억엔(약 6500억원) 규모 감액 손실을 계상할 수 있다.
일본 증권거래 감시위원회와 금융청은 잘못된 회계가 금융상품 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과징금 처분을 검토하고 있다. 과징금은 IHI에 부과됐던 사상 최대금액 16억엔(약 150억원)을 웃돌 것이란 전망이다. 주주가 민사소송을 제기할 우려도 있다. 회사는 미국에서도 예탁증권이 발행돼 집단소송 형태로 주주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이 가능하다. 도쿄 증권거래소는 도시바를 내부 관리에 문제 있는 기업으로 ‘주의 시장 종목’으로 지정하고 투자자 주의를 환기시킬 계획이다.
도시바, 연도별 결산 수정 금액
(자료: 닛케이신문, 세전 이익 기준)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