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SUV 인기가 뜨겁다. 도심 주행에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적당한 레저도 즐길 수 있는 것이 먹혔다. 요즘 이 분야 국산차 대표 주자는 단연 쌍용자동차 티볼리다. SUV로는 드물게 가솔린 모델부터 판매를 시작했지만 브랜드 전체 판매 4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모았다. 많은 소비자가 기다리던 디젤 모델도 지난 6일 출시됐다. 서킷과 일반 도로를 달리며 ‘티볼리 디젤’ 성능을 체험해봤다.
주행 성능은 확실히 개선됐다. 가솔린 모델에서 느꼈던 다소 답답한 느낌은 완전히 사라졌다. 조금만 밟아도 부드럽게 밀고 나간다. 디젤 엔진 특유의 강력한 토크가 제 몫을 톡톡히 한다.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부드러운 가속이다. 가솔린 모델과 같은 변속기를 채용했지만 비슷한 가속에서 엔진회전수(RPM)를 덜 쓰기 때문에 변속 충격도 덜하다. 시속 60~80㎞, 100~120㎞ 정도의 일상적인 중저속, 고속 구간에서 충분한 성능을 낸다.
디젤 엔진을 장착했기 때문에 소음은 더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다만 직접 체감하는 소음 걱정은 조금 덜어놔도 괜찮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을 일이 생각보다 적기 때문이다. 가속 페달을 50% 정도만 밟아도 웬만한 추월 가속이 가능하다. 엔진 소음을 발생시킬 상황 자체가 적은 셈이다.
서킷에서나 체험할 수 있는 고속 주행 성능은 아쉽다. 시속 120㎞를 넘어서면 조금씩 차의 한계가 느껴진다. 시속 140㎞를 넘어서면 답답한 느낌이 확연하다. 스포티한 주행을 위해 태어난 차가 아님을 생각하면 큰 흠결은 아니다.
대신 서킷에서는 탄탄한 조향과 제동 성능을 경험할 수 있었다. SUV 특성상 전고가 높지만 의외로 바닥에 끈끈하게 달라붙는다.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 서킷은 급커브와 U턴으로 이뤄진 ‘블라인드 코스’가 유난히 많다. 핸들을 꺾을 때마다 차체자세제어장치(ESP)가 제때 작동한다. 코너 밖으로 차가 조금씩 밀려나다가도 금새 균형을 찾았다.
코너링 외에 블라인드 코스 통과에서 중요한 것이 제동 성능이다. 민첩한 감속이 이뤄지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 십상이다. 티볼리 디젤은 운전자 적응이 필요할 만큼 제동 거리가 짧다. 페달 반응도 민첩하다. 블라인드 코스를 앞두고 다소 빠듯하게 감속을 시도해봤지만 무리 없이 통과했다. 이쯤 되면 잘 달리고 잘 선다는 평을 줘도 아깝지 않다.
일반 도로 주행 시에는 연비를 직접 측정해봤다. 약 25㎞ 구간을 달려 측정한 실연비는 리터당 15.4㎞. 공인 복합연비(리터당 15.3㎞)와 거의 같다. 신호등이나 정체 구간은 없었지만 곡선 구간이 많아 브레이크 페달을 종종 썼다. 시속 100㎞를 넘기지 않았으나 시속 80㎞ 전후 속도는 꾸준히 냈다. 일상적으로 차를 탄다면 공인 측정치 정도는 맞출 수 있는 연비 성능이다.
디자인과 상품성은 가솔린 모델 인기에서 검증됐기 때문에 달리 보탤 평이 없다. 외관은 다시 봐도 탁월하다. 도로에 몰고 나갔을 때 웬만한 고급차보다 많은 시선을 받았다. 실제 ‘위시 리스트’에 티볼리를 올려놓은 젊은이가 많다는 방증이다. 인테리어는 고급감은 없지만 깔끔하다. 조심스럽게 ‘흥행 대박 2탄’을 점쳐볼 만하다. 그만큼 가솔린 모델이 터를 잘 닦았고, 디젤모델은 부족했던 2%를 잘 채웠다.
<티볼리 디젤 주요 제원>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