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내수 가전시장이 7% 역성장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마른 더위로 계절가전인 에어컨과 제습기 판매가 부진했던 것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6일 본지가 입수한 롯데하이마트와 삼성전자판매, LG하이프라자, 전자랜드 4개 가전유통전문회사 판매동향 데이터에 따르면 이들 4개사 상반기 매출은 3조529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7% 하락했다. 업계는 이들 4개사의 매출을 국내 내수 가전시장의 55~60%대로 추정한다.
롯데하이마트는 상반기 1조8560억원 잠정 매출로 작년 대비 2% 성장세를 나타냈다. 작년 상반기에 비해 롯데마트 숍인숍 형태 매장이 20여개 늘었고 모바일(스마트폰) 판매전략이 주효했다. 주요 가전판매 전문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세를 기록했다.
삼성전자판매(브랜드명 디지털프라자)는 매출 9287억원으로 작년보다 1% 축소됐다. 갤럭시S6를 내세운 모바일숍 전략이 주요했지만 에어컨과 제습기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이프라자(LG베스트샵)도 상반기 부진했다. 지난해보다 10% 감소한 5100억원 매출을 보였다. 가전부문이 정체인 가운데 스마트폰에서도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회사는 LG 전략폰 위주 영업만 한다는 한계가 있다. 소비자와 가격 협상 없이 매장에 고지한 가격으로만 제품을 파는 ‘가격표시제’를 올 초 도입했는데 이 역시 매출에는 부정적 효과를 냈다.
전자랜드는 상반기 매출이 작년 대비 9% 하락한 2417억원을 기록했다. 가전 이외에 생필품을 함께 판매하는 ‘프라이스킹 전환’ 전략이 지난해 마무리된 여파가 있다.
전체적으로 메르스가 내수 가전 판매에 직격탄이 됐다. 고객의 점포 방문 자체가 줄었다. 특히 메르스가 기승을 부린 6월 4개사 매출은 11~16%씩 급감했다. 통상 6월은 에어컨 수요 증가로 상반기 가운데 가장 매출이 높은 시기다. 이때 판매를 늘리지 못했다.
습하지 않은 기후도 계절가전 판매에 악재로 작용했다. 에어컨 판매는 고온과 습도에 큰 영향을 받는다. 한반도에 지루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에어컨은 물론이고 제습기 판매도 부진했다.
유통업계는 상반기 품목별 판매를 △TV 5% 판매 감소 △냉장고·세탁기 3% 성장 △에어컨 15% 감소 △PC 모니터 7% 감소 △스마트폰 10% 성장으로 추정했다.
주요 가전 유통전문점들은 하반기 실적 회복을 위한 공세적 전략 마련에 착수했다. 상반기 내수 판매가 부진했지만 하반기 실적 회복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가계소득이 줄거나 경기가 크게 나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며 “메르스 여파로 구매시기를 이월한 고객층이 존재하고, 7~8월에도 에어컨 등 계절가전 판매가 급증한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롯데하이마트는 하반기 온라인 쇼핑몰의 대대적 개편으로 ‘온라인-오프라인’을 연계한 판매 확대를 노린다. 삼성전자판매는 삼성전자와 연계해 가격을 낮춘 프리미엄 라인업 확대로 하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이프라자는 올레드TV와 김치냉장고 등 전략제품 판매 집중화를 꾀한다. 전자랜드는 해외 가전 입점 확대와 판매자상표부착(PB) 라인업 확대 등으로 성장기회를 찾고 있다.
<표. 국내 주요 가전판매전문회사 2015년 상반기 실적(단위:억원)/자료: 업계 잠정치>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