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블랙박스 시장 지각변동이 감지됐다. 난잡했던 시장이 재편되면서 업계 옥석이 가려지고 있다. 첨단 기술력을 앞세운 업체가 두각을 나타내며 해외시장 개척도 활발하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블랙박스 제조사는 올해 영상녹화 품질을 크게 높이고 지능형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기능을 확대하는 등 제품 경쟁력 향상에 주력했다. 일부 업체는 4K 화질 제품까지 준비해 시장 전반 기술력이 ‘퀀텀 점프’를 이룰 것으로 기대됐다.
팅크웨어는 국내 최초 2K 해상도 블랙박스 ‘아이나비 블랙 프라임 2K’를 출시했다. 전방 카메라 해상도가 2048×1080픽셀로 현재 시판되는 블랙박스 중 최고다. 후방 카메라는 1280×720 픽셀 HD급을 탑재했다.
또 다른 제조사는 이보다 훨씬 뛰어난 4K급 화질을 구현한다. 상품화에 성공하면 차량용 블랙박스 시장도 UHD 시대를 맞는 셈이다.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이다. 이미 기술은 갖췄고 상품화 여부와 시점을 저울질 중이다. 화질을 뒷받침할 저장 용량 확보가 관건이다.
안전운전을 돕는 ADAS 기능도 확대된다. 팅크웨어는 지난해 8월 ‘아이나비 블랙 프라임’에 차선이탈경고시스템(LDWS)을 처음 선보인 후 앞차출발알림(FVSA), 전방추돌경보(FCWS) 등 기능을 확대하고 적용 제품군도 늘렸다. 미동전자통신은 기존 ADAS와 차별화된 신기술을 선보일 계획이다. 영상인식 성능을 높여 전방 보행자를 인식하고 운전자 상태를 파악해 안전운전을 돕는 기능을 유라이브 신제품에 탑재한다. 최근 출시되는 신차 대부분이 ADAS를 탑재하지만 여전히 고급차 위주인 것이 블랙박스 ADAS 확대 배경이다.
블랙박스 업계 관계자는 “신차에 탑재되는 ADAS는 고가의 고급차 위주로만 탑재되고 있지만 정작 ADAS 기능이 필요한 이들은 저가 차량을 타는 소비자”라며 “블랙박스로 ADAS 기능을 구현하면 이들도 저렴한 값에 첨단 기능을 이용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미동전자는 일본 수출 비중이 크게 늘며 컨테이너 단위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팅크웨어는 미국 베스트바이, 아마존 같은 대형 유통사에 입점한 데 이어 샘스클럽 등으로 공급선을 확장했다. 해외 오프라인 매장을 1000곳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엠비즈는 틈새시장을 찾은 블랙박스 업체로 평가된다. 2013년 설립된 이래 화물차용 블랙박스 공급에 집중했다. 전용 후방카메라를 이용한 2채널 블랙박스 판매로 기반을 다진 후 이달 초 3채널 블랙박스를 출시했다. 차량 사이드미러 쪽에 카메라 2개를 장착해 후방 시인성을 크게 높였다. 상반기에만 지난해 매출과 맞먹는 판매 실적을 거뒀고 신제품 출시로 올해 두 배 이상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점유율 확장에만 열을 올렸던 업체는 내리막을 걷고 있다. 한때 업계 1위를 달렸지만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견디지 못해 자본 잠식에 빠졌던 다본다는 지난 5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국내 블랙박스 시장은 포화 상태를 넘어 정리 수순으로 들어가고 있다”며 “결국 기술력과 해외시장 경쟁력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