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독일 자동차 기술 혁신 현장에 가다

Photo Image

독일은 명실상부 세계 자동차 기술 혁신 본고장이다. 세계 최초로 자동차를 개발한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해 BMW, 아우디, 포르쉐는 물론이고 폴크스바겐까지 프리미엄 및 일반 브랜드를 아우르는 완성차 업체가 포진해 있다. 독일은 내연기관 효율성부터 자율주행 등 차세대 기술에 이르기까지 차세대 자동차 기술 혁신을 주도한다. 그 배경에는 독일의 탄탄한 부품 산업 생태계가 있다. 글로벌 자동차 부품 업계 ‘빅3’ 중 두 개가 독일 업체다. 바로 보쉬(1위)와 콘티넨탈(3위)이다. 두 업체는 경쟁업체들이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으로 평가할 정도로 확고한 원천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광범위한 글로벌 생산·판매·연구개발 네트워크까지 갖춰 세계 자동차 중 양 사 부품이 들어가지 않은 차를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쉬, 콘티넨탈 독일 본사에서 열린 기술 전시회에서 두 회사가 제시한 차세대 자동차 기술 혁신 방향과 전략, 경쟁력 원천을 살펴본다.

보쉬와 콘티넨탈은 전통적인 기계 중심 사업구조에서 탈피, 전장 부품과 SW를 중심으로 이동성(Mobility) 자체를 혁신하는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보쉬 혁신 방향은 ‘(전통적인 개념의) 자동차를 넘어라’로 요약된다. 보쉬는 올해 ‘자동차부품기술사업부문’을 ‘모빌리티사업부문’으로 개편했다. 내연기관 중심 자동차 기술이 아닌 전반적인 교통시스템과 전자와 소프트웨어(SW)를 아우르는 ‘이동성 전문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한 것이다. 사업 핵심으로는 자율주행 핵심 기술 확보, 파워트레인 전기화, 차량과 사물(V2X) 간 연결성 구현을 꼽는다.

콘티넨탈도 △전기동력화를 포함한 엔진 효율 향상 △자율주행 및 운전자보조시스템(DAS)을 통한 안전 기술 △지능형 교통 시스템을 위한 정보 관리 3대 부문에 집중한다. 내연기관 효율 향상은 가장 시급한 과제다. 중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과 교통 시스템 전반을 아우르는 인프라 기술에 주력한다. 콘티넨탈도 단순 자동차 부품에서 이동성 혁신을 선도하는 업체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보쉬·콘티넨탈 성장 동력은 지능형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포함한 안전 향상 및 자율주행 기술이다. 보쉬는 이 부문 매출이 매년 30% 이상 고속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ADAS용 센서를 5000만개 이상 판매했다. 올해는 두 배 늘어난 1억개 판매가 예상된다. 이 부문 개발 인력도 2000여명으로 2년 전보다 50% 이상 확대됐다. 보쉬는 ADAS 기술을 근간으로 자율주행 시스템 상용화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Photo Image
독일 복스베르크에 위치한 보쉬 프루빙그라운드에서 보쉬 직원이 테슬라 모델S 기반 자율주행차를 시연하고 있다. 이 차량은 센서와 통신 장비 대부분을 차량에 내재화하고 측위 보정 기능까지 탑재해 자율주행 상용화가 머지 않았음을 확인시켰다.

실제 테슬라 모델S에 기반한 자율주행 시작차는 상용화가 머지 않았음을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이 차는 센서와 통신 장비 대부분을 차량에 내재화했다. 가속, 측위, 인지 장치를 제어하는 중앙처리장치는 기어박스 앞에 장착했다. 대시보드 컴퓨터로 내비게이션 정보를 수신해 측위를 보정하고 가속, 제동, 조향이 모두 자동으로 이뤄진다.

롤프 불란더 보쉬 모빌리티사업부문 회장은 “보쉬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 자동차는 자동으로 가속과 감속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방향까지 제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콘티넨탈도 ADAS 사업이 포함된 샤시안전사업본부에 주력한다. 샤시안전사업본부는 타이어 부문과 함께 전체 매출 2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사업이다. 인지(Sense)-계획(Plan)-제어(Act)에 이르는 각 단계별로 SW 역량을 강화해 부품 원가를 낮추는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기존에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를 함께 사용하던 비상자동제동(AEB) 시스템을 레이더 센서로만 구현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최근 차량용 SW업체 일렉트로비트를 인수한 것도 ‘교통사고 제로(0)’ 비전 달성을 위한 SW 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Photo Image
헤드업디스플레이(HUD)에 증강현실 기능을 접목한 콘티넨탈 ‘AR-HUD’ 시연 모습. 실제 주행 상황에 맞는 경로 안내와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ACC) 정보 표시, 차선이탈경보(LDWS) 등 다양한 정보를 운전자 시각에 맞춰 제공한다.

콘티넨탈 주행시험장(콘티드롬)에서 직접 체험한 ‘AR-HUD’도 SW에 기반한 차세대 안전 기술로 주목된다. AR-HUD는 주행 속도와 경로 안내 등 간단한 정보만 표시하던 헤드업디스플레이(HUD)에 증강현실(AR)을 접목해 다양한 정보를 운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실제 주행 상황에 기반한 경로 안내와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ACC) 상황, 차선이탈경보(LDWS) 등이 운전자 시야에 맞춰 제공된다.

양 사는 파워트레인 부문에서 ‘전기화’와 ‘내연기관 효율 향상’을 동시에 추구한다. 보쉬는 2025년까지 세계 신차 중 15%가 부분적인 전기화, 즉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장착할 것으로 예측한다. 유럽은 3분의 1가량이 전기구동 파워트레인을 장착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전기구동 파워트레인 개발에 매년 4억유로가량을 투자한다.

콘티넨탈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를 위한 전기동력 기술 개발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각종 주행 상황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48V 시스템과 연료 분사 시스템 개선도 적극 추진한다.

‘연결성’은 자율주행과 전기화로 대변되는 미래 자동차 기술의 화룡점정이다. 보쉬는 인터넷을 모바일 인포테인먼트뿐만 아니라 주행에 직접 활용한다. 사물인터넷을 적용해 교통 정체를 피하고, 전기차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충전을 돕는다. 콘티넨탈도 주행 조건과 고도까지 반영된 정밀 지도와 주행 경로를 바탕으로 최적 연비 주행을 돕는 ‘e호라이즌(eHorizon)’ 등으로 자동차와 인프라 간 연결성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보쉬와 콘티넨탈의 기술 혁신은 자동차 업계가 ‘당장’ 요구하는 부품 효율 향상을 근간으로 전기·전자 및 ICT를 융합해 이동성을 혁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엘마 데겐하트 콘티넨탈 회장은 “내연기관 연료 효율성 향상과 자율주행 시스템을 위한 안전 기술에 이르기까지 최근 자동차 기술 혁신의 원천은 SW에 있다”고 강조했다.

하노버·복스베르크(독일)=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