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등급분류 업무가 민간으로 넘어가면 게임시장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진다.
페이스북 게임, 스팀 등 등급제 장벽으로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던 해외 게임도 정식 서비스된다. 가상현실(VR)과 스마트TV 게임도 플랫폼 유통사업자가 자율적으로 등급을 매겨 서비스할 수 있다.
◇진입장벽 낮추고 비용절감 효과
박주선 의원이 발의할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안’ 개정안은 올해 국회통과가 유력하다. 가장 큰 변화는 유무선 연동 게임 등급을 유통사가 자체적으로 매기는 구조다. 그간 모바일을 제외한 게임 등급은 게임물관리위원회와 민간자율위원회가 매겼다. 온라인게임도 유통 플랫폼을 주축으로 자체적으로 등급을 매겨 서비스할 수 있다. 게임 수정 내용도 플랫폼에서 신고하면 된다.
현재는 모바일 게임을 제외한 PC온라인과 콘솔 등 비디오게임은 정부기구인 게임물관리위원회나 민간기구인 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에서 등급을 부여받는다.
업계는 현행 게임등급 분류가 업계에 과다한 짐을 부과한다고 지적해왔다. 등급분류 의무 외에 변경 시마다 신고, 연령 등급 준수 등 세 가지 의무가 동시에 부과됐다. 온라인게임은 게임을 자주 업데이트하는 특성상 매번 이를 신고해야 했다.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온라인게임 업체는 등급분류나 수정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모바일, PC, 스마트TV 등을 동시에 연동한 게임도 활성화될 수 있다. 기존에는 모바일에서 구글·애플 등 플랫폼사업자에 등급분류를 받은 동일한 게임이라도 PC 온라인이나 스마트TV 등으로 서비스할 때 별도로 등급분류기관에서 등급심의를 받았다.
법안이 통과되면 이런 수고를 덜 수 있다. 일례로 구글플레이에서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은 모바일은 물론이고 PC, 스마트TV 등에서 동시에 서비스할 수 있다.
◇해외 게임플랫폼 진출도 쉬워져
현행 11개사인 자체 등급 분류 플랫폼도 확대될 수 있다. 유무선 연동인 스팀이나 페이스북 게임이 자체등급분류기관으로 신청해 통과되면 유무선 연동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다. 지난해 밸브와 페이스북은 정부 게임 심의를 문제 삼아 한국 IP를 차단한 바 있다.
국회와 정부가 게임등급분류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는 데는 게임산업 진흥 목적과 함께 시대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주요 심의 대상인 온라인게임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게임물관리위원회 등급 분류를 받은 온라인게임은 321건에 그쳤다. 이는 지난 2012년 890건과 비교해 60%가량 준 것이다. 반면에 민간 플랫폼 자체 등급분류 게임은 2014년 51만건으로 2012년 35만건 대비 45%가량 늘었다.
스마트TV와 VR 등 새로운 플랫폼 등장에 따른 업계 요구도 한몫했다. 새로운 플랫폼 등장으로 다양한 게임 서비스가 필요하지만 이때마다 등급 분류제도가 가로막았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사후관리도 관심사다. 자칫 민간 자율에 맡긴 게임물 등급이 비정상적으로 이뤄지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켜 게임산업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되면 자체등급분류기관 신뢰와 책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다”며 “관련 업체가 책임감 있게 운용할 수 있도록 업계 자정 노력과 함께 정부 사후관리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