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 상반기 결정 힘들 듯…주파수 경매 일정도 순연 불가피

700㎒ 용도를 상반기에 결정하겠다는 계획 달성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국회가 정부의 ‘4+1 안’ 거부 의사를 고수하면서 다른 대역 주파수 경매도 줄줄이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이 사이 독일은 700㎒ 경매를 완료했고 다른 나라도 경매를 추진할 계획이어서 국내 주파수 정책이 퇴보하고 있다는 비난이 비등했다.

22일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주파수 소위에서 위원들은 EBS에도 700㎒를 할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700㎒에서 최소 5개 채널(총 30㎒ 폭)을 지상파 방송사에 할당해야 한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에 30㎒를 제공하면 이동통신사에는 당초 예정된 광대역 주파수(40㎒)를 할당할 수 없다.

조해진 주파수소위원장은 “통신과 방송 상생을 위해 지상파 관계자와 간담회를 가졌고 양보가 필요하다고 설득했다”며 “EBS에도 700㎒를 할당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가 주장해온 9개 채널(54㎒ 폭)에서 5개 채널로 한 걸음 양보한다면 정부도 한 발짝 양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미로 풀이됐다.

다른 의원들도 EBS에만 DMB 채널을 할당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차별이 없는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통신용으로 40㎒ 폭을 분배하고 4+1 안을 고집하는 데 따른 비판도 나왔다. 방송 중계용으로 쓰는 3.5㎓ 대역을 조기에 회수해 통신용으로 할당하는 방법은 없는지 질의도 나왔다.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은 “EBS를 차별하지 않는 방안을 기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위는 4+1 안 외에 통신과 방송이 상생할 수 있는 별도 안이 있다면 시간을 충분히 갖되, 특별한 대안이 없다면 시간을 끌지 말자며 추후 일정을 조정하기로 했다.

국회와 정부가 평행선을 그으면서 700㎒ 분배는 하반기로 넘어가게 됐다. 이달 말 소위 결정이 나더라도 주파수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1.8㎓, 2.1㎓, 2.6㎓ 등 다른 주파수 210~230㎒ 폭 경매도 내년 상반기 이후로 연기될 전망이다.

주파수 분배가 늦어지면 데이터 폭증에 따른 이동통신 속도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3조~4조원에 이르는 세수 확보에도 비상이 걸린다. 무엇보다 LTE 기술 진화가 더뎌져 관련 ICT 생태계도 침체된다.

우리나라가 주파수 분배를 놓고 지지부진한 사이 독일은 지난 19일(현지시각) 700㎒ 대역을 포함해 총 270㎒ 폭 경매를 마무리했다. 지난 5월 27일부터 16일 동안 181회 경매를 진행해 경매가격 총 50억8100만유로(약 6조3667억원)에 종료했다.

독일은 유럽에서 700㎒ 대역을 할당한 첫 국가가 됐다. 같은 날 프랑스 통신규제기관인 ARCEP는 올해 4분기 700㎒ 대역 경매를 진행하고 연내 할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여러 나라가 해당 대역을 통신용으로 분배할 계획임을 밝히면서 주파수 확보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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