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만 바라보고 있다가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독자생존만이 살길인데 자본력과 R&D 역량이 부족하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그래도 살아남아야지요.”
취재 현장에서 만난 광주지역 전자업계 대표들은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광주지역 가전산업 생산총액은 6조원 수준이다. 자동차산업과 함께 지역경제 핵심 축이다. 관련 중소기업만 700여곳에 달한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원가상승, 단가압박으로 중기 대표 고민은 갈수록 깊어만 간다. 일정 매출과 영업이익은 보장받지만, 글로벌을 지향하기는 어렵다. 장기 관점에서 광주지역 중소기업의 홀로서기가 필요하다.
최근 광주 지역 중소기업 사이에서 변화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독자 브랜드로 제품을 내기 시작했다. A기업은 글로벌기업이 독점하다시피 한 TV·모니터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B기업은 하도급업체 딱지를 떼고 독자브랜드로 인공지능 제습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다른 기업들도 미니 벽걸이 세탁기, LED조명 등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성공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이 살아남으려면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R&D 투자와 독자브랜드, 신제품 개발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독자 브랜드를 만드는 순간부터 이들은 지역 기업 차원에서 벗어난다. 마케팅 대상도 지역을 벗어나야 한다. 제품 기획부터 판매까지 지역이 아니라 글로벌을 겨냥해야 한다.
지역 기업이 대기업 협력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그곳에는 안락함과 달콤함이 있다.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 적자생존이 시작된다. 뛰어야 하고 숨어야 하고 공격해야 한다. 창업 당시의 야성을 다시 찾아야만 생존한다.
산업부와 지자체, 지원기관은 중소기업이 벤처정신, 기업가 정신, 야성을 회복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하도급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전투를 벌일 수 있도록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경쟁 속에서 혁신은 시작된다. 지역기업도 협력사로 안주하면 반드시 퇴보한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