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세계 음악 스트리밍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스포티파이 성장세를 잡고 구글, 아마존보다 앞서 시장을 장악할 지 주목된다.
애플은 8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새 음악 서비스 ‘애플뮤직’을 공개했다. 음악 다운로드부터 스트리밍, 라디오까지 한 데 합쳤다.
애플뮤직은 △포유(For you) △뉴(New) △마이뮤직 △라디오 △커넥트 기능을 제공한다. 포유는 음악 큐레이션 스트리밍 서비스다. 자신 아이튠스에 저장된 음악이나 기존 음악 청취 패턴을 분석해 사용자 취향에 맞춰 관련된 음악을 자동 재생한다. 애플 음성인식 비서 시리를 이용해 원하는 음악을 선택할 수도 있다. 가령 ‘2000년 빌보드 1위 노래를 들려달라’고 말한다면 자동으로 해당 음악을 재생한다. ‘뉴(New)’는 새로 나온 음악을 한 눈에 보고 재생할 수 있는 메뉴다. 마이뮤직은 기존 음악 앱과 같은 것으로 저장된 MP3 또는 재생목록을 이용할 수 있다.
라디오는 기존 장르별 무작위 음악 재생 기능에 매일 24시간 유명 디스크자키(DJ)가 방송하는 ‘비츠1’ 라디오 콘텐츠를 제공한다. 영국 BBC 라디오1 인기 DJ 제인 로위 등은 이 서비스를 위해 최근 애플로 이직했다.
애플은 단순한 음악 청취를 넘어 아티스트나 다른 사용자와 소통할 수 있는 커넥트 서비스도 추가했다. 커넥트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 미공개 영상을 보거나 다른 사람과 관련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 자신이 음악가라면 작곡한 음악이나 영상을 업로드해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애플뮤직은 이달 30일부터 전 세계 100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사용료는 개인 월 9.99달러, 6인 가족 14.99달러로 전 기기에서 사용 가능하다. 일반 애플 ID로 로그인해도 라디오 서비스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음악 스트리밍 시장 경쟁 점화
애플이 강점을 잃고 있던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서 애플뮤직으로 영향력 강화에 나서며 업체 경쟁은 더 치열해 질 전망이다.
애플은 높은 평가를 받아온 부가가치 사업인 아이튠스 생태계 확대에 나선 모습이다. 아이팟 등장 이후 기기판매 이외에 주목받던 콘텐츠 판매 환경을 음악 시장 이동에 맞춰 변화시킨 것이다. 기존 스포티파이, 판도라 등 신규 인기 스트리밍 앱 기능을 한 데 모은데 이어 다른 곳에서는 들을 수 없는 DJ 라디오, 특별 콘텐츠까지 제공한다.
애플뮤직은 더 많은 부가 기능을 제공하면서도 가격을 다른 서비스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보다 낮췄다. 스트리밍 부문 후발주자임을 감안해 가격경쟁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애플뮤직 개인 버전은 경쟁 서비스와 동일한 수준이다. 그러나 여러 명이 이용할 수 있는 가족 서비스는 14.99달러에 두 명이 이용하는 스포티파이보다 유리하다. 가입 초기 3개월은 전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사용자 경험을 늘려 유료 고객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회사가 처음으로 안드로이드용 앱까지 만들어 보다 공격적 점유율 확대에 나선 점도 주목된다. 구글과 아마존에 직접적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음악 큐레이션 서비스 ‘송자’를 인수하고 구글플레이뮤직과 유튜브,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에서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강화 중이다.
음원을 보유한 음반사와 아티스트 지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는 그동안 수익을 나누기 어렵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테일러 스위프트와 같은 인기 아티스트는 스포티파이에서 음원을 삭제한 바도 있다.
애플은 초기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서 규모 경제를 만들어 음반사와 아티스트 수익을 경쟁사 수준 이상으로 보장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세계 스트리밍 시장 80% 이상을 점유한 스포티파이는 회원 6000만명 중 유료회원이 1500만명 수준에 불과하다. 애플뮤직 유료회원이 늘어날수록 음반사나 아티스트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여 다른 업체는 상대적으로 경쟁에 불리할 전망이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비교 (자료:월스트리트저널)>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