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엥은 프랑스 특유의 감성을 담은, 가장 개성 있는 브랜드 중 하나로 손꼽힌다. 독특한 외관과 독창적인 기술을 선보이며 90년 이상 역사를 이어왔다. C4 피카소는 시트로엥이 만든 5인승 디젤 크로스오버다. 넉넉한 공간과 탁월한 개방감 덕분에 개성 있는 가족용 미니밴으로 손색 없다.
외관은 국내에 판매되는 어떤 차와도 구분될 정도로 개성이 넘친다. 헤드램프 상단에는 LED 주간주행등이 별도로 달렸다. 헤드램프 위에서 그릴까지 뻗어 있는 시트로엥 상징 ‘더블 쉐브론’ 디자인이 개성을 더한다. 전·측면에 사용한 크롬 장식은 과하지 않다. 리어램프 역시 LED를 채택해 단정하게 다듬었다. 하지만 정지등이 작동되면 3D 방식으로 점등돼 화려한 입체감을 뽐낸다. 국내 시장에 7인승 모델 ‘그랜드 C4 피카소’도 판매되고 있지만 외관 디자인 균형감은 5인승 C4 피카소가 더 낫다.
아담한 유선형 차지만 실내 공간은 탁월하다. 공간 자체를 효율적으로 활용했고, 곳곳에 개방감을 높일 수 있는 디자인 요소를 적용해 실제보다 더 넓어 보인다. 운전석에 앉으면 우선 머리 뒤까지 이어진 앞유리에 놀란다. 일명 ‘파노라믹 윈드스크린’으로 확 트인 시야를 구현했다. 앞은 물론이고 옆을 보기에도 편하다. 차량 A필러를 유리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뒷좌석 개방감은 대형 글래스루프가 책임진다. 앞·뒷좌석 어디에 앉아도 커다란 유리방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넓은 공간과 탁월한 개방감이 C4 피카소 최대 장점이다.
인테리어 구성 요소를 하나씩 살펴봐도 독특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계기판은 운전석 앞이 아닌 앞유리 중앙으로 배치했다. 양 옆으로 길게 늘어뜨려 오른쪽으로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확인할 수 있다. 대신 앞을 확 틔우는 효과를 봤다. 최대 장점인 개방감을 극대화한 배치다.
팔을 움직일 수 있는 공간도 다른 차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다. 중앙에 위치한 기어레버를 운전대 위로 보내버렸다. 어차피 자동변속기 차량에서는 전·후진·주차 시에만 기어레버를 사용하니 오히려 효율적인 배치다. 방향지시등을 조작하는 느낌으로 가볍게 손을 올려 사용하면 된다.
가족용 차량에 유용한 소품도 많다. 룸미러 밑에 조그만 거울이 하나 더 달렸다. 큰 거울로는 차량 뒤편을, 작은 거울로는 차량 뒷좌석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뒷좌석 시트 3개는 각각 각도 조절이 가능하다. 접이식 선반, 뒷좌석 바닥과 트렁크 매트 아래 숨은 적재 공간도 가족 여행에 유용해 보인다.
달리기 성능은 평범하지만 부족함은 없다. 가족용 차지만 생각보다 코너링이 가볍다. 운전대는 D컷 스티어링 휠을 채택해 돌리는 맛이 있다. 제원상 최고 출력은 150마력. 가족을 다 태우고 짐까지 실으면 힘이 달리지 않을까 우려되지만 큰 불편은 없다. 최대 토크가 37.8㎏·m로, 디젤 특유 힘을 잘 이용했다. 최대 토크가 일상 주행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2000rpm대에 형성돼 출발, 경사, 가속 상황에서도 만족스러운 성능을 낸다. EMP2 플랫폼 적용으로 이전 세대보다 약 140㎏ 감량한 것도 영향을 줬다.
국내에는 4190만원이라는 다소 비싼 가격에, ‘인텐시브’ 한 가지 트림으로만 출시됐다. 경쟁 차종과 놓고 보면 구매 조건이 썩 좋지 않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개성과 실용성에서는 합격점을 줄 수 있다. 높은 공인 연비(복합 14.4㎞/ℓ, 고속 16.1 ㎞/ℓ, 도심 13.2㎞/ℓ) 역시 놓칠 수 없는 매력이다.
〈시트로엥 C4 피카소 주요제원〉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