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 모처럼 휴일을 맞은 윤병훈 주네팔 IT자문관(60)은 자신의 집 마당에서 일주일전 한국에서 온 아내와 함께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다.
“순식간이었습니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지축이 흔들렸습니다. 제대로 몸을 지탱할 수 없을 정도였죠. 한 1분 그랬던 것 같아요. 하지만 몇 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규모 7.8의 네팔 대지진은 그렇게 윤 자문관 내외를 덥쳤다. 마침 마당에 나와 있던 부부는 다행히 가벼운 찰과상만 입었다. 이후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48시간을 개활지에서 노숙한 뒤에야 윤 자문관은 아내를 한국행 특별기편에 태울 수 있었다.
공항에서 바로 윤 자문관이 내달린 곳은 자신이 근무하던 네팔 국가정보기술센터(NITC). 다행히 건물은 무사했다. 서버 등 각종 전산장비도 쓸만했다. NITC는 네팔 유일의 내진설계 빌딩이다. 현재 이 건물은 네팔 비상내각의 임시 집무실로 쓰이고 있다. 총리 집무실 등 기존 정부청사는 이번 지진으로 모두 파괴됐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이틀을 더 보내며 피해상황 파악과 향후 대처방안을 강구하던 윤 자문관은 본국 명령에 따라 지난달 30일 일시 귀국했다.
윤 자문관이 네팔을 찾은 건 지난해 7월.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퇴직전문가 해외파견사업’에 선발되면서다. 한국IBM에서 책임전문위원(상무)으로 재직 당시, 윤 자문관은 메인프레임 분야에서 미국 본사가 인정한 ‘IBM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불릴 정도로 워커홀릭이었다.
2013년 퇴직 후 우연한 기회에 오른 히말라야는 앞만 보고 달려온 그를 자연스레 네팔로 인도했다. 이 곳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하던 윤 자문관은 최근 또다시 중대 결심을 했다. 다시 네팔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오는 7월 끝나는 복무기간도 1년 더 연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후임으로 오겠냐는 게 그가 말한 연장 이유다.
“그 생지옥을 직접 경험한 아내의 반대가 가장 걸립니다. 하지만 지금도 대사관 직원들과 한국국제협력단원(KOICA) 등 많은 이들이 묵묵히 복구 현장을 지키고 있어요. (안가면) 평생 그들이 눈에 밟힐 겁니다.”
이미 우리 정부의 원조자금이 46억원이나 투입된 NITC를 비롯해 카트만두대학과의 소프트웨어 인력양성 프로젝트, 각종 한·네팔 민간분야 협력 사업 등 채 1년도 안된 새 벌여놓은 여러 프로젝트 역시 그를 필요로 한다. 무엇보다, 당장 벽돌 하나 날라줄 일손 한 명이 절실한 게 네팔이다.
윤 자문관은 내달 8일 재출국한다.
사진=박지호기자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