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에너지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한국 석유개발 역사상 최대 물량을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아부다비 육상석유운영회사 생산유전 지분 3%를 획득, 우리나라 1년치 석유 소비량을 넘는 원유 8억배럴을 확보했다.
유전에서 나오는 원유 품질도 좋고, 최종 원유 처분권을 계약자가 갖기 때문에 우리나라 직도입도 가능하다. 업계에선 국제유가가 떨어진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원유 확보에 상당한 도움이 될 사업으로 평가했다.
드러난 성과는 크지만 진한 아쉬움이 따른다. 우리 지분율이 계획보다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GS와 공조한 석유공사가 막판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UAE는 광구 운영권을 가진 글로벌 메이저와 계약 기간이 끝나자 지분을 재분양했다. 11개 글로벌 기업에만 입찰 기회가 주어졌는데, 당초 우리나라 참여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런데 MB정부 때 양국 정상 회담서 우리나라 참여가 결정됐고 지분 10% 인수 제안이 따랐다. 예정대로였다면 이번 계약 세 배가 넘는 원유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석유공사는 이후 자금 조달 문제로 GS에너지와 공동 취득할 지분율을 5%로 낮췄다. 이는 일본 인펙스가 취득한 지분율과 같다. 그마저도 석유공사는 최종 입찰에 돌연 발을 뺐고, GS에너지만 3%를 인수하는 데 그쳤다.
석유공사가 입찰에 나서지 못한 이유는 저유가로 인한 투자비 회수기간 연장이다. 예상보다 수익률이 낮아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설명이지만 업계에선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석유공사가 해외자원개발 부실 논란 중심에 서면서 신규 투자가 묶였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자원개발에 대한 맹목적 비난이 낳은 결과나 다름없다. 석유공사 내부에서도 진짜 호기를 놓쳤다는 자성과 원성이 빗발친다.
자원개발사업 딱지만 붙으면 무조건 공격 대상이 되는 지금, 알짜배기 사업을 계속 놓칠 수 있다는 불안은 현실이 됐다. 부실 원인은 찾아 고치되, 사업은 계속돼야 한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