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홈쇼핑 재승인 심사 감사가 우려스러운 이유

행태규제라는 용어가 있다. 관련법 및 조례, 규칙상 저촉되지 않는데도 공무원 재량권으로 인허가를 내주지 않는 규제를 말한다. 소극적 행정처리로 인허가를 내주는 것을 질질 끄는 것이 대표적이다.

행태규제 이유 중 하나는 감사원 감사다. 공무원이 행태규제를 하는 밑바탕에는 적극적 유권해석으로 인허가를 내줬다가 감사원 감사를 받느니 차라리 거부하겠다는 심리가 깔려 있다.

섣불리 규제를 풀어 줬다가 절차상 과실 등을 이유로 감사에서 징계처분 등 불이익 받을 가능성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감사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공무원을 위축시킨다. 열심히 일해 긁어 부스럼을 만드느니 하던 대로 하자는 ‘복지부동(伏地不動)’을 택한다. 공무원이 규제철폐에 소극적인 이유다.

감사원이 지난 주말부터 ‘갑질 논란’ 파장을 일으켰던 홈쇼핑 3사 재승인 심사 과정 감사를 시작했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홈쇼핑 청문·심사·재승인 과정이 이례적으로 짧아 부정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감사원 판단이다. 감사원은 일부 홈쇼핑이 정치권과 정부, 심사위원 상대 로비를 했을 가능성을 집중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정부는 규제철폐 차원에서 적극적인 행정을 한 공무원은 면책하겠으니 규제 철폐에 앞장서 달라고 공무원에게 당부했다. 그러나 감사에 착수했다는 사실 자체가 공무원을 위축시킨다.

감사를 받는 미래부는 타 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담당하는 부서다. 융합에는 항상 규제가 걸림돌이다. 업종 간 장벽 허물기가 싶지 않다. 새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우려하는 기존 사업자를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융합분야는 공무원이 규제 철폐노력을 적극 기울여야 하는 영역이다.

그래서 감사원의 감사 착수는 우려스럽다.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계속 감사한다면 누가 일을 하겠느냐’는 일선 부처 공무원의 하소연을 감사원은 새겨들어야 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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