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한중 콘텐츠산업, 전략을 다시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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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펀드 문화계정 자펀드 가운데 ‘글로벌콘텐츠펀드’가 있다. 이름처럼 국내 콘텐츠 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이 주 목적이다. 지난 2011년 제1호 펀드는 결성이 순탄했지만 이듬해 제2호 펀드는 결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2012년부터 3년 연속 실패를 거듭하다 최근에야 1000억원 규모로 결성이 완료됐다.

민간자금 유치가 지지부진해 제2호 펀드 결성은 진척이 더뎠다. 작년말 운용사를 선정했지만 결성은 쉽지 않았다. 출자 의향을 보였던 중국 알리바바가 돌연 계획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당초 알리바바는 약 300억원 투자를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의 사례지만 한중 콘텐츠 사업 단면을 엿볼 수 있다. 막대한 자본으로 우리 콘텐츠 업계를 들뜨게 했다가 석연찮은 이유로 계획을 철회하는 중국기업이 적지 않다.

투자를 빌미로 우리 콘텐츠 기업을 뒤흔드는 일도 있다.

정부도 고민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앞두고 중국과 협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지만 생각처럼 순탄하지 않다. 사실상 중국에 ‘끌려다니는’ 모습마저 보인다.

한중 문화산업정책협의체 구성부터 삐걱댔다. 당초 양국은 한국 문화부·미래창조과학부·방송통신위원회, 중국 광전총국·국가판권국·문화부 등 총 6개 부처가 다자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문화·콘텐츠, 방송을 담당하는 양국 모든 부처가 공동으로 협력 방안을 논의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중국 사정으로 우리 3개 부처는 광전총국하고만 불완전 협의체를 만들었다.

총 2000억원 규모 한중 문화산업 공동발전 펀드 조성도 지연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정부 출자분 400억원을 예산에 반영했지만 중국은 더디다.

중국 예산 배정 문제, 국가 간 다른 법체계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양국 협력이 지지부진한 사이 중국은 콘텐츠 수입 규제를 강화하고, 우수한 우리 기업과 인재를 사들였다.

정부가 달라져야 한다. 자본규모 차이 때문에 상대적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노하우와 창의성, 높은 브랜드 가치를 앞세워 중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해야 한다. 양국이 서로의 콘텐츠 가치를 인정하고 진정한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해볼 때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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