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중개지원대출한도를 20조원으로 증액했지만 중소기업이 느끼는 대출 시장 체감온도는 여전히 윗목의 싸늘한 옛 구들방처럼 냉랭하다.
한은 중개지원대출은 중소기업 대출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대출 취급실적에 비례해 은행에 낮은 금리로 자금을 공급하는 대출 제도다.
한은은 중개지원대출한도를 현행 15조원에서 20조원으로 확대하고 대출 금리도 0.25%포인트까지 내렸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안정적인 대출 영업에 몰두하는 시중은행 보신주의로 중소기업 대출 확대가 눈에 띄게 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한 임원은 “중개지원대출한도를 사상 최대폭으로 늘렸지만 중소기업 대출시장에서는 신규 대출보다는 원래 대출을 해왔던 담보, 신용이 보증된 우량 중소기업에 대출자금이 쏠리는 경향이 있다”며 “신규대출보다는 기존 대출에 집중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경기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현재 시중은행도 맥락 없이 신규 중기대출을 늘릴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개지원대출한도는 항상 증가추세에 있지만 그렇다고 바로 신규 중소기업 대출이 늘어나지는 않는다”며 “중기 대출 총량이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20조원 증액이 4월 1일부터 적용된 것이어서 아직 추이를 지켜볼 때”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은행 감독국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매달 국내 은행의 대출 증감 현황을 집계해 발표하는데 이번 중개지원대출 확대 이후 자료가 나오지 않아 20조원 증액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기 어렵다”며 “20조원은 국내 전체 중기대출 총 취급액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질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한은이 정책자금을 시중은행에 푸는 것 뿐 영세 벤처기업에 특화된 대출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이 저리로 시중은행에 아무리 많은 돈을 빌려준다고 해도 은행이 담보가 약한 신규중기대출을 늘리지는 않는다”며 “저리자금의 문제뿐 아니라 중소기업 대출에 특화된 일부 저축은행과 같은 제2금융권에 정책 자금을 제공해 대출 온기가 중소기업에 고루 전해질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