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KT가 사물인터넷(IoT) 시장에서 정면 격돌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IoT 실증단지 사업을 놓고 각각 부산시, 인천시와 손잡고 유치전에 참여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문업체를 대거 포섭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반드시 사업을 유치하겠다는 의지다.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가 발주한 IoT 실증단지 조성사업 중 스마트시티 사업에 부산시-SK텔레콤 컨소시엄, 인천시-KT 컨소시엄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미래부는 스마트시티와 헬스케어 두 곳으로 나누어 IoT 실증단지 두 곳을 선정한다.
SK텔레콤과 KT는 정부 IoT 실증단지 조성사업 발표 이전부터 부산시, 인천시에 IoT 투자를 진행해왔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부산시와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IoT 실증 테스트베드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재난·안전, 교통, 관광 등 7대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KT는 2012년 5월 시스코와 합작법인 센티오스를 앞세워 ‘인천유시티’를 설립, 다양한 유비쿼터스(u) 시티 사업을 추진했다. 이번 실증단지 유치전에서도 내부 TF를 구성해 인천시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두 통신사는 사업 유치를 위해 전문업체를 대거 포섭해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에스넷시스템, 이노링크 등 시스템·네트워크 통합(SI·NI), 솔루션 업체를 중심으로 진영을 꾸렸다. SK C&C의 측면 지원도 예상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은 정부가 요구하는 국제 IoT 표준 기반으로 플랫폼을 구축하는 유일한 사업자로 지난해 10월 이후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집중적으로 준비해왔다”며 “다양한 관광 인프라와 컨벤션센터, 항만지역, 소프트웨어 인력 등 부산지역의 특성이 다양한 서비스 실증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KT 의지는 남다르다. 20여 참여기업, 협력기관 등과 대규모 연합체를 구성했다. 일각에서는 KT가 삼성전자와 손을 잡았다는 얘기도 나왔다.
KT 관계자는 “송도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국내외 스마트시티 경험 노하우와 기가 IoT 플랫폼을 통해 실증을 추진할 것”이라며 “창조경제 기반 IoT 산업 활성화와 중소기업 지원, 일자리 창출을 연계한 사업에 중점을 두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두 통신사가 IoT 실증단지 유치에 사활을 거는 것은 스마트시티 실증단지가 국내 IoT 시장 활성화 중심으로 떠오를 전망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실증단지를 신제품과 서비스 발굴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첫해 공공 투자금액은 50여억원이다. 민간 업체가 매칭 방식으로 투자를 하기 때문에 향후 3년간 총 300여억원이 투자된다. 개화기를 맞은 IoT 시장을 둘러싼 두 통신사 자존심도 걸려 있다.
스마트시티 사업 실무를 담당하는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오는 20일 최종 사업자를 발표한다. 또 다른 사업인 헬스케어 실증단지 조성사업에는 대구와 경기도를 비롯해 5~6개 지자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정부가 아닌 기업 주도 사업으로 기업이 투자하면서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하는 게 목적”이라며 “보다 많은 기업이 참여하는 오픈된 환경을 조성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지에 평가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