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가 추진하는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C-ITS) 사업이 예산 부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시범사업에 필요한 시설 구축에 참여를 원하는 업체가 단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일정대로라면 올해 9월 통신 단말기를 설치한 ‘커넥티드카’가 시범사업 구간을 달려야 한다. 현 정부 국정과제이자 미래 교통망 핵심 사업이 시행 초기부터 암초에 부딪힌 셈이다.
13일 국토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가 한국도로공사에 위탁 발주한 C-ITS 구축 시범사업 1차 입찰이 지난 3일 무산됐다. 포스코ICT, 대보정보통신, 현대오토에버가 각각 구성한 컨소시엄 세 곳이 현장성능시험까지 마쳤지만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도로공사는 지난 8일 재입찰 공고를 낸 상황이다. 재입찰 마감은 21일까지다.
업체가 입찰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돈 문제다. 현재 마련된 예산 117억원으로는 사업을 수주해도 남는 게 없거나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업계는 부담을 덜기 위해 컨소시엄 간 합종연횡으로 새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도 거론한다. 시범사업 후 실시할 본사업 규모는 크지만 당장 시범사업 수익성이 낮고, 본사업도 2018년으로 예정돼 예산 확보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C-ITS 시범사업에 참여하려면 기존에 있던 기술이나 제품을 파는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연구개발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그 비용을 보전할 길이 없다”며 “결국 돈 문제 때문에 어떤 컨소시엄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재입찰 공고는 나갔지만 뾰족한 대책도 없다. 가장 큰 문제였던 예산을 늘릴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업체 참여는 장담할 수 없는 셈이다. 시범사업은 물론이고 본사업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예산 증액 없는 해결을 모색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국토부 관계자는 “나름 근거를 갖고 배정한 예산 규모였기 때문에 이번 상황은 예상치 못한 일”이라며 “현재 예산조차 계획대로 가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어서 증액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C-ITS는 차량이 주행 중 다른 차량 또는 도로 인프라와 통신하며 교통 상황과 위험 요소를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V2X(Vehicle to X)’ 기술이 상용화된 사례로, 교통사고 감축을 위해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다.
올해 9월부터 대전·세종권 주요 도로 약 81㎞ 구간에서 차량 단말기 3000대와 통신시설 95개소를 설치해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2017년까지 시범사업 실시 후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고속도로 3494㎞ 구간 본사업을 실시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입찰이 무산되면 다시 공고를 내는 방안까지 포함해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며 “시범사업 일정에는 최대한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