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홍콩, ‘IT벤처’에서 미래 찾는다

홍콩은 1인당 국민소득 3만9800달러에 달하는 세계적 도시다. 하지만 최근 홍콩이 고민에 빠졌다. 바로 중국 본토에서 뿜어 나오는 규모의 경제에 밀려 홍콩 핵심 산업인 금융과 물류산업이 위축된 것이다. 금융과 물류 모두 상하이에 최고 자리를 내줬다. 한때 중국 수요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던 홍콩이 바로 중국 때문에 한숨을 쉬게 됐다. 중국 경제성장과 함께 금융위기를 넘겼던 한국경제와 ‘동병상련’이다. 홍콩은 이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정보기술(IT)에서 찾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개막한 국제 IT축제와 홍콩 정부 전략에서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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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8시(현지시각) 아름다운 홍콩 야경이 보이는 하버프로트에서는 조촐한 행사가 열렸다. 홍콩 곳곳에서 2주간 열리는 국제IT축제(페스트) 개막을 알리는 행사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다. 국제행사라고 하지만 글로벌 IT 대기업이 대거 모인 대형 전시회는 아니다. 축제 메인에는 홍콩 IT 중소벤처와 스타트업이 있다. IT 전시와 콘퍼런스 일색이 아닌 와인과 음식 축제는 물론이고 무역과 금융 관련 행사까지 곁들였다.

쑤진랑 홍콩상무국 국장은 “3회째를 맞는 국제 IT축제는 대중이 참여해 기술발전이 만들어 놓은 편리한 혜택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생활과 산업 곳곳에 IT로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것이 취지다.

◇IT를 생활과 산업 속으로

홍콩이 IT를 산업과 생활 곳곳에 자리매김하는 데 힘쓰고 있다. 국제 IT 행사를 잇달아 여는 것은 물론이고 스타트업 육성과 네트워크 허브 도시로 육성한다는 전략을 내놨다.

눈에 띄는 움직임은 스타트업 육성이다.

홍콩특별행정부는 지난 2월 홍콩 장기경제계획을 발표하면서 8000억원 규모 기술혁신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IT산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황멍젠 홍콩특별행정구 최고정보책임자(CIO)는 “홍콩정부는 IT산업이 생활 곳곳에 스며들게 해 시민이 편리함을 나눌 뿐만 아니라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IT축제에 해커 모임인 해커톤 대회를 비롯해 ‘테드 홍콩’ ‘앱 디자인 대회’ ‘3D프린팅 세미나’ ‘인터넷 금융기술 콘퍼런스’ 등을 여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출발했다.

지난 2011년에는 중소기업산업단지인 사이버포트를 IT 스타트업 육성기지로 바꿨다. 각종 스타트업 지원 펀드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아울러 스마트칩이 내장된 주민증을 진화시키는 사업과 의료기록을 통합하는 헬스케어 사업을 내년부터 추진한다.

홍콩정부가 IT산업에 주목하는 것은 그간 홍콩 경제의 핵심인 선박물류교역과 금융이 눈에 띄게 위축되는 점도 한몫했다.

홍콩 국민총생산(GDP) 23.9%를 차지하는 최대 산업인 선박물류는 최근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중국 본토 상하이는 지난해 세계 최고 물동량으로 1위를 차지했다. 상하이 외에도 선전과 닝보가 이미 홍콩을 제쳤다. 아시아 최대 물류기지를 다투던 시절과 대조된다.

홍콩 대표 금융산업인 증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상하이지수는 전년 대비 53%나 치솟았다. 중국 중앙은행 금리 인하로 증시에 돈이 몰린 것이다. 상하이 증시를 외국인에게 개방한 것도 랠리를 이끌었다. 상하이거래소 시장규모는 3조9330억달러에 달한다. 홍콩은 3조2330억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2010년에는 홍콩거래소의 6분의 1에 불과했지만 가파르게 성장했다. 선전 역시 2조720억달러로 홍콩을 추격 중이다. 자칫하면 중국 주변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다. IT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는 것과 동시에 중심 산업인 무역과 금융 등에 접목해 홍콩 위상을 지키겠다는 포석이다.

스타트업 양성 외에 다른 IT 전략은 데이터센터 산업 육성이다. 중국 본토는 물론이고 아시아 주변지역 IT 허브가 될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홍콩은 정부 내에 데이터센터 조직을 만들어 홍콩에 국제 기업이 데이터센터를 짓도록 장려하고 있다. 3784개 글로벌 기업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와 글로벌 금융조직이 홍콩에 있을 만큼 국제적 영향력이 여전한 것이 장점이다. 아울러 중국과도 협력을 맺고 중국 본토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장기 계획을 세웠다.

◇중국 본토와 교류 강화

홍콩이 중국 본토와 교류를 강화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비록 본토와 다른 경제와 정치 체제지만 긴밀한 관계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주변 지역인 광둥과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맺고 수출품목을 늘릴 수 있게 됐다. 향후에는 중국 본토와 전자상거래에 선도적 역할을 한다는 방침이다. 젊은 인재 간 교류 폭도 넓힌다는 구상이다.

황 CIO는 “중국 본토는 홍콩에 새로운 성장 돌파구가 될 기회”라며 “본토와 교류 강화로 IT산업 성장과 함께 홍콩이 아시아 경제 중심지로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홍콩=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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