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에서 20%로 인상한 분리요금제 요금할인율이 성공을 거두려면 통신사의 판매장려금(리베이트) 차등 가능성을 줄여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통신사업자가 비용증가를 우려해 분리요금제 고객 유치 시 리베이트를 적게 주는 방식으로 판매점이 분리요금제 고객을 꺼리도록 관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휴대폰 지원금(보조금)을 지원하는 것보다 분리요금제 할인 금액이 더 많은 사례도 속출할 것으로 예상돼 이 같은 리베이트 차별화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책이 성공을 거두려면 휴대폰 지원금에 제조사 장려금이 포함되듯, 20% 할인요금제에도 제조사가 일정액을 부담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1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24일부터 20%로 상향되는 분리요금제 할인율을 두고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단말과 지원금 종류에 따라서 20% 요금할인 혜택이 더 큰 경우가 많다. 분리요금제에 관심을 갖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소비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중고폰·자급제폰(언락폰) 시장에서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가계통신비 부담의 최대 요인이 고가 단말기 할부요금에 있다고 판단했다. 단말 구매 방식을 다변화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면 단말기 시장 가격경쟁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궁극적으로 중고폰·자급제폰 시장 확대를 유도한 것이다.
최신 단말이라도 통신 지원금보다 요금할인 혜택이 크도록 해 분리요금제 활성화를 꾀했다. 할인율이 12%인 현재 지원금을 받고 단말기를 구매하는 것이 대부분 유리해 분리요금제 가입자가 많지 않다.
통신사와 유통망에서는 혼란이 일고 있다. 통신사는 단말 지원금보다 20% 할인할 경우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것에 부담을 갖고 있다. 요금할인에는 지원금과 달리 제조사 장려금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고객이 외부에서 단말을 구매하기 때문에 단말 매출도 없어진다. 또 고객이 중저가 요금제를 선택할 확률이 높아 고가 요금제 유치도 어려워진다. 결국 수익성 지표인 가입자당평균수익(ARPU)이 낮아진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지원금이 줄어 마케팅 비용이 감소한다는 측면에서 통신사에 유리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결국엔 추가 비용이 발생해 부담이 커지게 됐다”며 “지원금은 한 번에 나가는 1회성 비용이지만 요금할인은 약정기간 발생하기 때문에 매출과 ARPU 상승에 불리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통신사는 할인율이 12%인 지금도 판매점에 요금할인 고객 유치에 따른 장려금(리베이트)을 인색하게 지급한다. 20%가 되면 이런 경향이 더 심화될 전망이다. 판매점 입장에서도 수익성이 낮고 고객 해지 시(3개월 내) 페널티까지 물어야 하는 요금할인 방식을 적극 권할리가 없다.
한 판매점 관계자는 “요금할인을 찾는 고객도 거의 없지만 어쩌다가 문의하는 고객이 내방하면 겁부터 난다”며 “안내를 해줘도 영업엔 도움이 안될 뿐더러 오히려 거부했다가 폰파라치 신고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신업계는 현재의 제조사·통신사·대리점·판매점으로 고착화된 시장 구조에서는 분리요금제 활성화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할인율 20% 상향에 따라 중고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는 있지만 통신비 인하의 근본적 대책은 아니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20% 할인에도 제조사가 일부 부담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