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안전인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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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불완전하다. 악성 베토벤도 작곡할 때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으나 평소의 성격은 불안정해 한 군데 정착하지 못했다. 비엔나 활동 당시 35년간 서른 번을 넘게 이사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베토벤처럼은 아닐지라도 쫓기듯 살아가는 우리는 무언가 잠시 잊고 있다가 눈앞의 현상에 당황할 때가 있다.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 느끼는 것이 바로 내 눈앞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과 일치한다’는 말처럼 위험요소가 있는 곳에서는 항상 가능성을 머릿속에 그려 보아야 한다.

생활공간이 복잡해지고 첨단화될수록 불안전한 인간은 더욱 현대 문명에 의지하려 하고 모든 사물은 당연히 그대로 머물러 있을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실수를 저지른다. 우리는 이런 실수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이라는 습관을 들인다.

현관문을 나설 때 마다 가스 불을 다시 한 번 확인하려 신을 벗고 주방을 보고 혹 화장실에 불을 켜 놓았는지 살피는 것도 안전 습관 때문이다.

TV 뉴스에서는 일상 생활환경과의 밀접한 연관성에 비추어 크고 충격적인 사고 사례를 많이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곳,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발생한 예상치 못한 사고가 큰 피해를 가져오기도 한다.

전기만 해도 그렇다. 주위를 둘러보면 전기가 없으면 사용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다. 편하게 이곳저곳 옮겨다 쓰는 전자제품들, 가전제품들뿐만 아니라 대낮에도 방 한쪽에 놓여 있는 붙박이 책상 앞에선 전기가 없으면 글 읽기가 꺼려진다.

그저 무심하게 사용하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전기로 인한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화재 그리고 감전에 의한 화상사고는 무슨 큰 죄를 지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 속에서 전기로 인한 재해예방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기본에 충실한 게 중요하다. 우리 전기안전공사도 우선 기본에 충실하자는 의미의 ‘본경영’ 기조로 삼고 세부 실천과제를 찾았다. 안전의식 강화를 위해 매스컴 및 거리 캠페인을 진행하고 전기안전홍보의 전개와 초등 교과서에 생활 전기안전 교과내용 추가했다. 봉사단체인 녹색 어머니회를 중심으로 한 전기안전교육지도 운영과 전기안전 체험 인형극, 대학생 활용 어린이 서포터스 운영 등 전기 안전문화 정착에 초점을 두고 활동해 왔다.

캠페인에 더해 기술적 지원도 병행했다. 2700여 직원들의 기본 업무인 전기설비에 대한 안전검사, 점검 그리고 기술진단의 철저한 수행과 더불어 무정전 검사확대와 작은 섬마을에 전기안전보안관을 운영했다. 각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쪽방촌, 공동주택에는 노후 전기설비를 무료로 개선해주는 전기안전 복지서비스를 추진하는 등 법과 제도의 개선에 앞서 할 수 있는 예방책들을 실행했다.

작년부터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년 대비 전기화재가 8889건에서 8287건으로 줄어 비율로 보면 21.7% 에서 19.7%로 2%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602건이나 줄어든 것으로 한 건의 전기로 인한 화재로 엄청난 인명이나 재산상 피해를 생각하면 공사 존재의 이유를 찾은 기분이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기업이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을 모아서 비범한 결과를 창출하는 곳’이라고 했다. 안전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생활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기존을 지키고 진리를 추구하면서 안전인과 안전사회의 조성도 시작된다.

이상목 한국전기안전공사 안전이사 leesm007@kesc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