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합종연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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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4세기 말 중국 소진(蘇秦)은 강한 진나라와 대결하기 위해서는 주변국 간 동맹이 필요하다고 설득해 6개국 연합을 만들었다. 이를 ‘합종(合從)’이라 했다.

다른 한 쪽에서는 장의(張儀)라는 인물이 있었다. 합종은 효과가 없다며 진을 섬겨야 한다는 논리를 펴 6개국이 진과 개별로 횡적 동맹을 맺도록 했다. 바로 ‘연횡(連衡)’이다.

이처럼 같은 시기에 각기 다른 동맹이 나오고 필요에 따라 ‘이합집산’이 반복되는 일을 합종연횡이라 부른다.

글로벌 산업 합종연횡 구도 역시 매우 복잡하게 흐른다. 같은 업종 내에서 표준을 주도하기 위해 기업 간 협력해 몸집을 키우던 것은 이미 옛 모델로 치부된다.

융·복합시대를 맞아 이업종 간 협력과 경쟁이 빈번하다. TV시장 선두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던 삼성전자와 소니가 디스플레이에서 합작사를 만들었던 게 벌써 10년 전이다. 포털로만 인식되던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 애플과 운용체계(OS)에서 경쟁하는 일도 벌어졌다. 각각 PC와 모바일 기반 온라인 사업을 추진하던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는 한 몸이 됐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스마트폰에서 초대형 소송전을 벌였다. 재판이 열리는 동안에도 두 회사는 부품 공급자와 수요자 지위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삼성전자는 퀄컴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경쟁하면서 퀄컴의 칩 생산을 수주하는 데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스위스 명품시계 제조사 테그호이어와 인텔, 구글이 스마트워치에서 손을 잡았다. 스마트워치는 기존 시계시장을 잠식할 존재로 손꼽혔지만, 아날로그 시계와 첨단 ICT가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문제는 합종연횡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피아식별(彼我識別)’ 어렵다는 점이다. 수혜자와 피해자 구분이 불분명하다.

기업과 정부 모두 큰 흐름을 읽고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중국 합종연횡은 진나라가 합종을 타파한 뒤 6국을 차례로 멸망시키면서 마무리됐다. 복잡한 것 같아도 승자와 패자는 반드시 드러난다.


소재부품산업부 차장·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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