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 사이에서 자동차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인 상당수가 값비싼 운전면허비와 교통체증, 연료비 탓에 자가 차량 보유를 포기한다는 베인앤컴퍼니(Bain&Co) 보고서를 인용, 보도했다. 이 조사는 중국 주요 6개 도시에 거주하는 21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지난해 4분기 진행됐다.
레이몬드 창 중국 베인앤컴퍼니 관계자이자 보고서 공동저자는 “이제 중국인들에게 차량을 갖는다는 건 5년 전만큼 ‘멋진’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자동차가 없어도 된다는 의견은 주변 상황이 안 좋을수록 높아졌다. 전체 응답자 중 11%가 교통체증 때문에 차량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최근 연료비가 리터당 1.22달러(7.5위안)에 달하면서 응답자 중 11%는 자신 소유 자동차를 포기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대답했다.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9.5위안으로 올라가면 31%의 응답자가 자동차를 가지고 다니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상하이 기준 휘발유 가격은 최근 리터당 6.28위안정도다.
중국은 급속한 도시화로 매년 수백만대의 새 자동차가 거리로 나온다. 이는 심각한 교통 체증을 야기하고 환경오염도 가속화한다. 몇몇 도시에선 이같은 부작용을 억제하기 위해 운전 라이선스 비용을 비싸게 책정하기도 한다. 상하이에서 신규 차량 면허를 취득하려면 거의 중형급 세단을 새로 구입하는 것만큼의 비용이 소모된다.
보고서에서는 중국 경제 전반이 악화된 것도 중국 자동차 시장의 매출액 감소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자동차 소유권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된 근본적 계기는 필요에 따라 대중교통뿐 아니라 차량 대여나 리스, 공유 서비스 등 여러 운송수단 중 하나를 선택해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고성장세를 믿고 연달아 현지 생산기지를 지었던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이미 시장 수요 감소와 잠재적 과잉공급에 대한 우려에 직면했다. 승용차 시장의 연간 매출액 성장률은 지난 2013년 16%에서 지난해 9.9%로 떨어졌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