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테크노밸리는 성공한 혁신 클러스터 모델이다. 내로라하는 기업이 몰려 있다 보니 산업 생태계 조성에 유리하다. 정부에서도 이곳을 첨단 ICT 산업 허브로 육성하려는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입주 희망 기업이 줄을 서고, 벤치마킹 행렬이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연말이면 판교테크노밸리 조성 사업이 완료된다. 이곳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향후 조성하는 제2판교와 연계성을 고려한 청사진이 필요하다.
◇판교 스탠더드 만들자
경기도는 25일 남경필 도지사와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를 공동의장으로 하는 ‘판교 글로벌리더스 포럼’을 발족했다. 발족식에는 단지 내 70여개 대표 기업 CEO와 관련기관 대표가 함께했다.
‘판교 글로벌리더스 포럼’ 취지는 입주 기업 간 네트워크를 형성해 산·학·연이 융합하는 공동 비즈니스를 발굴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상호 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주요 목표로는 판교테크노밸리 성공사례를 전파하고 기업 수요에 따른 ‘넥스트 판교’ 추진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삼았다.
남 지사는 인사말에서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는 판교 스탠더드를 만들 것”이라며 “첨단 융합기술 비전을 제시하고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달라”고 말했다. “누구든지 꿈과 끼만 가지고 들어오면 도와주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판교테크노밸리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에 나선 정준 벤처기업협회장(솔리드 대표)은 “판교테크노밸리에 입주한 벤처협회 회원사는 234개에 달한다”며 “판교 벤처의 비전은 10년 안에 10배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2판교테크노밸리 키워드로 ‘글로벌화’와 ‘산학협력’ ‘우수인력 유인’ ‘스타트업 인프라’ 등을 제시했다.
◇실력 있는 젊은이들의 놀이터
판교테크노밸리는 가치가 매우 높은 공간이다. 단순한 창업지원 공간이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 지사는 연초 실시한 넥스트판교 토론회에서 “판교테크노밸리를 실력 있고 열정 있는 젊은이 꿈을 이뤄주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얘기한 바 있다. 우수한 젊은이들이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판교테크노밸리에 열린 생태계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의지도 수차례 표명했다.
경기도는 이를 위해 판교테크노밸리에 청년 창업자 교류공간과 레지던시 기능을 갖춘 2030하우스를 조성하고 단지 내 기관을 활용한 청년 창업 생태계 조성 방안을 연구할 계획이다.
곽재원 경기과학기술진흥원장은 “판교테크노밸리를 최고 실력을 갖춘 젊은이들이 세계로 나가기 위해 경쟁을 펼치는 경연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판교 입주 자격을 검증하는 중간 과정으로 ‘프리판교(PP) 마크’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끝은 못 되도 시작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IT 강국이다.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통신 인프라와 두터운 사용자층을 보유하고 있다. 사용자 대다수가 얼리어댑터라고 해도 무방하지만 매우 까다롭기로 소문났다. 국내에서 성공한 제품이나 서비스는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통한다.
김민규 아주대 교수는 판교테크노밸리가 창조경제 1번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이런 국내 산업 환경을 최대한 고려해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우리나라가 비록 세계 시장이 될 수는 없지만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시발점 역할을 하기에는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인도와 중국을 비롯해 첨단 기술에 눈 뜨기 시작한 국가에서는 이미 많은 젊은이들이 한국에서 배우기를 원한다”며 “세계 젊은이들이 판교테크노밸리에 모여 연구·개발하고 초기 제품을 테스트해 미리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도록 한다면 적어도 첨단 IT 분야에서는 판교테크노밸리가 ‘세계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