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윙’ 벌, RFID 추적장치 탑재…생태 추적 길 열려

살아있는 벌에 추적장치를 달아 이동 경로를 분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영국 생태학자들이 큐 왕립식물원에 서식하는 일벌에 소형 추적기를 부착해 이동 습관을 조사하는 실험에 나섰다고 25일 BBC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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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벌에 추적장치(사진)를 달아 이동 경로를 분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영국 생태학자들이 큐 왕립식물원에 서식하는 일벌에 소형 추적기를 부착해 이동 습관 등을 조사하는 실험에 나섰다고 25일 BBC 및 외신이 보도했다. <사진 : BBC>

영국 생태학자들이 큐 왕립식물원에 서식하는 일벌에 소형 추적기를 부착해 이동 습관 등을 조사하는 실험에 나섰다고 25일 BBC 및 외신이 보도했다.

소형 추적기는 IT업체 텀블링다이스의 마크 오닐 박사가 만들었다. 높이가 8㎜, 넓이는 4.8㎜에 불과하다. 벌을 포함한 작은 곤충이 이 추적기를 붙인 상태에서 날거나 움직이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추적장치 무게나 크기 때문에 작은 곤충들에 대한 정확한 생태 실험결과를 도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소형 추적기에는 전자태그(RFID) 칩이 들어가 최대 반경 2.5m 내외까지 신호를 송출한다. 수명은 3개월 정도다. 연결된 싱글보드 소형 컴퓨터 라즈베리파이(Raspberry Pi)가 신호를 받아들여 점으로 기록한다.

이번 실험에선 벌집과 화단 곳곳에 라즈베리파이 리더기를 배치해 벌이 가까이 오면 알 수 있게 했다. 일벌은 보통 20분 정도 1km 범위를 날아다니면서 먹이를 찾는데, 이번 실험 목표는 이 과정을 추적하는 일이다.

마크 오닐 박사는 “처음엔 쉽게 구할 수 있는 구성품들로 시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최대한 작은 공간에 RFID 칩과 안테나 등을 구현하려고 50개 이상을 손수 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치 일종의 ‘수술’과도 같았다”고 덧붙였다.

큐 왕립식물원 피해복구 전문 생태학자 사라 바로우 박사는 “주파수 기술을 색다르게 응용한 기술”이라며 “지금까지는 아무도 날아다니는 작은 곤충에 적합한 추적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향후 벌 등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수정 매개 곤충에 관한 생태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사라 바로우 박사는 “이 기술로 왜 벌들이 사라지고 있는지, 그것을 막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벌은 농작물을 일구는데 필수적인 곤충이다. 과일이나 채소, 콩, 향신료 등 인간이 먹는 각종 식물과 꽃 중 80% 정도가 벌의 움직임에 의한 수정에 의존한다. 하지만 최근 벌의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이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먹이를 찾으러 간 일벌이 실종돼 벌집 내 여왕벌과 어린 벌들이 집단으로 죽는 ‘벌집군집붕괴현상(CCD)’뿐 아니라 살충제, 식물 감소, 질병 등 다양한 원인이 제시됐으나 아직 뚜렷한 이유는 증명되지 않은 상태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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