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길 號 SK이노베이션,혁신과 신산업 `두 깃발`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이 다음달 10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지난 1월 총괄사장으로 취임한 후 구자영 대표이사 아래서 조용한 행보를 이어오다 지난 20일 단독지휘권을 잡았다. 포트폴리오혁신(PI)실 신설, 중동 출장 등으로 신사업 육성과 정유사업 본원 경쟁력 강화 행보에 돌입했다. 정철길호 SK이노베이션이 어떤 변화된 모습을 보일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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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지난 1월 열린 에너지업계 신년 인사회에서 참석해 인사말을 하는 모습.

◇정유사업 기초 체력 강화에 방점

정 대표는 지난 1월 총괄사장 취임 당시 임직원에게 정유사 본원 경쟁력 제고를 역설했다. 지난 20일 대표이사 취임 직후에도 기자와 만나 “최근 실적 개선은 외부 상황의 일시적 개선에 의한 것”이라며 “어떤 환경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는 근본적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이 첫 해외출장지로 중동을 택한 것도 이런 기조와 맥을 같이 한다. 정 대표는 쿠웨이트 국영 석유기업 KPC 미자르 모하메드 알 아사니 CEO, 넥슬렌 사업 합작사인 사우디 사빅 유세프 알 밴 얀 CEO를 직접 만났다. 석유 도입처 다변화를 포함해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 넥슬렌 개발과 관련한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정유 및 석유화학 원가 절감과 재고손실 줄이기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음이 드러났다.

매사에 꼼꼼함을 강조하는 정 대표 경영스타일을 감안하면 다양한 분야에서 세밀하고 강도 높은 효율 개선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1979년 SK이노베이션 전신인 대한석유공사(유공)에 입사해 정유사업 전반에 대한 애정과 이해도가 높은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장애물도 쌓여 있다. 유가 변동성이 크고 비정유사업 영업환경도 예전만 못한 상황은 정철길호의 순항을 위협할 최대 장애요소로 꼽힌다.

◇신사업 부담이자 기회

SK이노베이션은 정 대표 취임과 함께 조직개편 일환으로 PI실을 새로 만들었다. 비정유, 석유화학 부문 신사업 발굴에 정 대표가 큰 관심과 애정을 쏟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의 과감한 신규 사업 진출 등 ‘깜짝 이벤트’에 대한 기대가 높다. 정 대표가 신규 사업 발굴에 탁월한 감각을 발휘한 전력 때문이다. 지난 2008년 SK C&C를 이끌면서 IT서비스 사업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해 회사를 IT서비스 빅2로 성장시켰다. 중고차 거래 전문 플랫폼인 ‘엔카’를 비롯한 비IT 분야 사업기회를 발굴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것은 간판 업적으로 꼽힌다.

SK이노베이션은 태양광, 연료전지 등 신규 사업에서 철수했으며 배터리에서도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신규 사업 선택은 정 대표에게 큰 부담이자 기회로 보인다. 배터리 사업 시장 점유율 확대와 더불어 SK C&C 재임때 처럼 비정유 영역에서 예상 밖의 신규 사업을 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SK 관계자는 “큰 그림을 그리면서도 디테일을 잘 챙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석유, IT사업은 물론이고 SK경영경제연구소를 맡아 SK경영철학인 SKMS의 뼈대를 마련하는 등 그룹 내 사정에 두루 밝기 때문에 다양한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위기에서 탈출하는 데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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