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정의 육아 경영 칼럼]/ (1)쪽지가 ‘글 쓰는 가족문화’ 만든다

Photo Image

아빠와 쪽지 대화, 엄마와 쪽지 카톡!

아이와 가까워지고 싶다면...핸드폰 내려 놓고 백지를 꺼내자~

맞벌이를 하면서 엄마, 아빠 얼굴을 못보고 잠드는 아이가 늘 안타까웠다. 아이가 늦게 잠드는 습관이 생긴 것도 엄마의 늦은 퇴근 때문이었다. 고아도 아닌 아이가 엄마, 아빠 얼굴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 였으니…

뭔가 해결책이 필요했다. 엄마는 아무리 늦게 들어와도 아이 베갯머리에서 책을 읽어 주었다. 아이가 깨어 있을 때는 아이 눈을 보며 읽었고, 잠든 후에는 귀에 대고 읽었다. 잠든 후에라도 볼에 뽀뽀를 해 주는 것을 ‘잠자리 의식’처럼 했다.

그나마 엄마는 주중에도 간간히 얼굴을 봤지만, 아빠는 주말이 아니면 얼굴을 보기가 어려웠다. 아빠와 아이의 물리적 거리를 극복할 뭔가가 없을까……

아이가 글을 읽기 시작할 무렵 아빠가 메모를 남기기 시작했다. 거창한 편지가 아니고 거의 대부분 메모 수준인데도 아빠와 아이를 이어주는 끈이 되었다. 엄마는 아빠에게 메모거리와 글감을 제공하기 위해 그날 있었던 일과 사진을 카카오톡, 문자, 가족밴드를 통해 공유해 주었다. 때로는 도우미가 가족밴드에 올린 사진을 통해 아이의 일상을 가늠 하기도 했다. 이것들은 모두 아빠 쪽지의 글감이 되었다.

Photo Image

Photo Image
△사진설명: 아이가 초등 1학년이었던 2013년, 아이클레이로 만든 햄버거를 보고 아빠가 쪽지를 남겼다. 잘 먹었다며 햄버거 값까지 지불한 아빠, 그리고 쪽지로 답하는 딸.

우리 집 편지문화는 이런 식으로 정착되어 갔다. 아이를 물리적으로 볼 시간이 없어서 궁여지책으로 시작한 ‘쪽지’였지만 어느새 우리 집의 가족문화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딸아이가 아빠를 자주 못 보지만 아빠를 좋아하는 이유는 부녀지간의 소통구조가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빠의 쪽지에는 아이에 대한 관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유독 편지, 일기 등 글쓰기를 즐긴다.

Photo Image
△사진설명: 아이가 초등 1학년이었을 때의 쪽지 대화 - 아이가 편지를 쓰면 아빠도 꼭 편지로 답장했다.

아이의 글을 보면, 아빠가 회사에서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아빠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도 표현한다. 아빠 입장에서 힘이 나지 않을 수 있을까. 보통 아이가 편지나 쪽지를 쓰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아이 편지를 받고 그저 ‘우리 딸 착하고 예쁘네……’ 하고 흐뭇해 하기만 했다면 어떨까. 그것도 좋다. 하지만, 아이에게 직접 표현하면 아이는 자신이 아빠에게 정말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직접 느끼게 된다.

아이들은 원래 쪽지 쓰는 걸 좋아하는데 엄마 아빠가 아이에게 직접 글로 답장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받고 흐뭇해하지만 말고 아이가 편지를 쓰면 ‘꼭 편지로(!)’ 답하자. 직접 글로 답함으로써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 인할 수 있게 된다.

아빠의 답장을 보면, 아이가 그린 그림을 구체적으로 칭찬해 주고 있다. 아이가 만들기 시간에 만든 얼룩말을 봤다는 것을 전달하기 위해 얼룩말 이야기를 곁들인다. 이로써 아이는 아빠가 자기의 일상까지 온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Photo Image

이처럼, 아이와 물리적으로 함께 할 시간이 적다 할 지라도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있기 때문 에 아빠는 상당부분 육아를 분담할 수 있다(아빠의 가정 내 역할과 업무 분담에 대해서는 육아책 <난 육아를 회사에서 배웠다>의 4장 [‘50:50 윈윈 육아’의 비밀] 편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Photo Image
△사진설명: 종이를 활용한 카카오톡 채팅 - 수안이가 1학년이었던 2013년도에 처음 시도해 본 ‘엄마와 아이의 지면 대화법’이다.

엄마와도 지면 대화가 가능하다. 밤늦게 퇴근한 어느 날, ‘목이 아파 말하기가 좀 힘드네”라고 했더니 아이가 ‘카카오톡 하자’ 라며 백지 2장을 펼쳤다. ‘쪽지 카톡’이었다.

아이가 쓰면 엄마가 답변을 쓰는 식으로 ‘쪽지 카톡(Paper KakaoTalk)’ 채팅을 나눠 보았다. 같은 대화라도 좀 더 재미있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해 볼 수 있다. 편지나 쪽지는 물리적으로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으며 보관할 수도 있지 않은가. 아이와 좀 더 가까워 지고 싶다면, 쪽지를 활용해 보자. 아빠와 엄마 간의 정서적 ‘육아분담’도 되고, 글 쓰는 ‘가족문화’도 만들 수 있다.

필자 소개 : 김연정/ 광고대행사 코래드를 거쳐 마이크로소프트코리아(Microsoft Korea) 마케팅담당 부장, 아디다스코리아(adidas Korea)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팀장, 야후오버추어코리아(Yahoo! Overture Korea) TA팀장 등 주로 외국계 글로벌기업에서 마케팅 경력을 쌓았다. 현재 트위터코리아(Twitter Korea) 이사로 재직 중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성공’을 지향하며 일과 육아의 병행을 위한 방법론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난 육아를 회사에서 배웠다, 매일경제신문사>가 있다. @TheNolja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