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선불폰을 개통하려면 입국 후 사흘이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외국인 관광객 1500만 시대를 맞아 개선이 시급하다.
24일 이동통신 업계와 미래창조과학부, 법무부에 따르면 외국인이 국내에서 선불폰을 개통하려면 입국 후 일러야 사흘째가 돼야 가능하다.
선불폰을 개통하려면 이통사가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해당 외국인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입국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확인하는 데 최소 이틀이 걸린다.
이처럼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처리과정이 복잡하고 전산망이 노후화됐기 때문이다. 출입국관리소가 외국인 입국정보를 전산화하는 데만 하루가 필요하고, 이 가운데 이동통신사업자나 은행권 등에 제공할 정보를 따로 걸러내는 데 또 하루가 걸린다.
미래부 관계자는 “출입국관리소 전산이 노후화된 데다 수작업까지 진행되면서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이달부터 공항 출입국관리소에서 입국확인증을 발급해주고 있다. 확인증을 가진 사람에 한해 즉시 선불폰 개통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불편할 뿐만 아니라 모든 외국인이 일일이 확인증을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더욱이 공항 내에서만 개통을 허용하고 있어 공항에 입주한 이통 3사를 제외한 알뜰폰 업체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선불폰 개통이 자유롭지 못하면서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타인 명의 선불폰을 임차해 사용하다 입국 사흘째 자신 명의 선불폰을 개통하는 일이 많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수는 1420만명을 넘었다. 올해는 1500만명을 넘을 전망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외국에선 대부분 입국 후 즉시 공항에서 선불폰을 개통하도록 해주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선불폰 개통이 힘들기 때문에 오히려 타인 명의를 도용한 대포폰이 생겨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업계는 국내 실정에 맞게 이통사가 외국인 입국 DB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전산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알뜰폰 업체 사장은 “세계 최고 통신 대국에 온 외국인이 휴대폰 하나 마음대로 이용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외국인이 쉽게 선불폰을 개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외국인 선불폰이 대포폰 형태로 범죄에 악용되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