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손뻗치는 IT기업들…그 손 잡는 제약·의학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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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구글을 향한 제약사와 의학계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 데이터베이스(DB), 헬스케어 사업 등을 강화 중인 IT기업과 의학계 간 전략적 동맹이 체결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애플이 내놓은 헬스케어 조사 플랫폼 `리서치키트` <애플 자료>

애플·구글을 향한 제약사와 의학계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 데이터베이스(DB), 헬스케어 사업 등을 강화 중인 IT기업과 의학계간 전략적 동맹이 체결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민감한 개인의료정보 유출 가능성은 이 같은 협업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애플·구글·삼성이 자사 의료 DB 및 헬스케어 사업을 일제히 확장하면서 기존 제약·의학계에서 협업에 나섰다고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외신은 아직 대형 IT기업들이 이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제약·의학계가 이들의 진입을 막는 대신 손을 잡는 전략을 선택했다고 해석했다.

이달 헬스케어 조사 플랫폼 ‘리서치키트(ResearchKit)’를 발표한 애플은 하버드대학 암센터, 스탠포드대학과 손을 잡았다. 리서치키트 발표 후 24시간 만에 아이폰 유저 수만명이 이들 의학기관의 연구프로젝트 5개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하버드대학 암센터는 유방암 생존자들이 애플 리서치키트에 활력의 정도, 기분 등을 적게 해 자사의 화학요법 효과를 장기간 측정한다. 스탠포드대학은 아이폰의 센서를 활용해 물리적 활동과 심장 질환과의 연관성을 조사할 예정이다.

통상 의·약학 연구는 피실험자가 잘 구해지지 않는다. 제프 윌리엄스 애플 영업부문 수석부사장은 “리서치키트가 아이폰을 가장 강력한 진단 도구로 만들어 피실험자 모집 등 기존 업계가 겪어왔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도 자사가 보유한 의료 DB들로 자체 사업뿐 아니라 제약업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구글핏(Google Fit)은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쓰는 기기가 앱을 통해 헬스케어나 피트니스 DB를 모으도록 설계됐다. 구글 제노믹스(Google Genomics)는 의학 연구자들이 DNA DB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계적 제약 업체 로체와 화이자는 23앤미(23andMe)의 DNA DB를 활용하기로 했다. 지난 2013년 세계 제약업계 10위를 기록했던 애브비는 칼리코와 노화 연구에 15억달러를 공동 투자하기로 결의했다.

스위스 제약 업체 노바티스(Novartis)는 구글과 눈물을 통해 혈당 농도를 측정하는 ‘스마트’ 콘택트렌즈 개발에 협업 중이다. 조 지메네즈 노바티스 대표는 “노바티스도 세계에서 가장 큰 콘택트렌즈 제조업체지만 마이크로프로세서나 센서 등 IT에 관한 것은 알지 못한다”며 “의약학 업계와 IT업계가 손잡으면 세계적인 고령화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23앤미와 칼리코(Calico) 등 2개 업체를 중심으로 자체 사업을 꾸리고 있으며 자회사 구글벤처스를 통해 헬스케어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23앤미는 구글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 아내 앤 워짓스키가 만든 스타트업으로 DNA 검사·분석 서비스를 제공해오다 최근 직접 제약업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칼리코는 세르게이 브린이 직접 세운 바이오 기업으로, 노화 방지 연구가 주력이다.

삼성도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를 이끌겠다는 목적으로 팔로알토 지역에 전략혁신센터를 세운다고 발표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대학, 스탠포드대학과 협업해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강화하고현지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이들에게 투자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클라우드 기반 생체 DB 분석 플랫폼인 사미오(SAMIIO)를 개발 중이라고 밝히며 혈압·혈당 등을 측정하는 손목밴드 ‘심밴드’의 시제품을 선보였다.

IT기업과 의학계의 전략적 동침은 시너지 효과에 기반한다. IT기업들은 주로 모바일 기기를 기존 의료기기 대신 활용한다. 심장 박동 측정에서부터 혈중 알콜 농도, 배란 주기 관리 등 이미 다양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출시돼 각 개인에게 알맞은 의료 정보를 전해준다.

최근 IT기업들은 앱을 통해 모은 정보를 대규모로 집적, DB화해 활용한다. 하지만 이 DB들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작위 수집된 정보인만큼 의학적인 의미가 있다고 보기엔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IT기업들과 제약·의학업계가 협업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데이비드 베이츠 브링햄여성병원 최고혁신담당자는 “이 DB들이 의학적 가치를 가지기 위해선 만성질환자들만 대상으로 하거나 개개인의 환자 기록과 연계돼야한다”며 “대다수 국가에선 데이터 프라이버시 등에 관한 문제가 걸려있어 이 점이 IT기업들에겐 뛰어넘기 힘든 장벽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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