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하루 3시간 이상 밖에 나가 뛰어놀아라.”
미 과학저널 네이처지가 최신호를 통해 밝힌 근시 예방법이다. 쉬운 듯 하나 실천이 녹록지 않다.
호주국립대 이안 모간 박사는 “성장기 아이들의 경우, 최소 1만룩스 밝기의 조명에서 하루 3시간 이상 노출돼야 근시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1만룩스는 화창한 여름 대낮에 선글라스를 끼고 있거나 나무 그늘 아래에 있을 때 밝기다.
구름 낀 날 야외 밝기는 1만룩스보다 낮다. 사무실이나 교실 등 실내의 인공조명은 아무리 밝아도 500룩스를 넘기 어렵다.
그래서 연구진이 주목하는 게 아이들의 야외 활동이다. 호주 시드니공대의 사시교정팀장인 캐스린 로즈는 “밖에 나가 넓은 공간에서 뛰어 놀면, 그만큼 게임기나 컴퓨터, 책읽기와 같은 근접작업을 할 기회가 줄어든다”며 “특히 아이들의 눈이 어두운 실내 조명이 아닌, 밝은 자연광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져 안구 건강에 유익하다”고 말했다.
신경 전달 물질 등의 기능을 하는 체내 유기 화합물인 ‘망막 도파민’(retinal dopamine)은 주로 낮 시간에 분출된다.
그런데 실내 인공조명에만 노출돼 있을 경우, 성장기 아이들의 망막 도파민 생성 사이클이 파괴된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캔버라대학의 로건 애쉬비 연구원은 “망막 도파민의 배출 사이클이 일단 파괴되면 제어 불능 상태가 된다”고 경고했다.
네이처에 따르면 세계 최악의 근시국가는 대한민국이다. 19세 서울시민 중 96.5%가 근시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홍콩, 대만 등 아시아국가 아이들의 근시율은 90%에 육박한다. 유럽도 근시가 증가세다. 하지만 그 비율은 50% 선에서 멈춰서 있다.
과학자들은 아시아 국가들의 교육시스템에서 그 문제점을 찾는다. 상하이에 사는 15세 학생들은 일주일에 평균 14시간을 숙제하기에 보낸다. 이는 영국(5시간)이나 미국(6시간) 아이들에 비해 2~3배 많다. 밖에 못나가고 실내에만 앉아 있어야 하는 시간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지난 수십년간 학계에서는 근시가 유전적 질환이라는 설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현대 의학계의 분석이다.
싱가포르 국립대 근시연구소의 셍 메이 서 연구원은 “눈 좋기로 유명한 알라스카 이누이트 족 아이들 역시 최근에는 근시율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경과 렌즈 등 광학기술 발전이나 라식·라섹 등 안과의공학의 개가도 근시 해결에는 근본책이 못된다.
따라서 싱가포르와 같이 국가 차원에서 아이들의 야외활동을 반강제로라도 강화시키는 것이 근시율 감소에 보다 효과적이라고 네이처는 권고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