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 회장의 ‘융복합론’이 계열사간 시너지로 나타나고 있다. 상품 기획 단계부터 머리를 맞대, 완성도 높은 제품이 탄생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구본무 회장은 최근 시장 선도를 위해 계열사간 융복합을 강조하고 있다. 올 들어서만 지난 2월 LG혁신마당에서 “산업간 경계를 허무는 창의적 발상으로 한 차원 높은 수준의 혁신을 전개해 나가라”고 말했다. 이달 11일에는 “산업간 경계를 넘나드는 융복합이 일상화되면서 기존 완제품 개발 역량에 더해 소재와 부품 개발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사업부 혼자 고민할게 아니라 계열사 아이디어·기술·서비스를 활용하라는 주문이다.
구 회장의 융복합론은 물리적이 아닌 화학적 결합을 말한다. 외부 협력사처럼 개발 과정에서 대화에 나설게 아니라 기획 단계부터 머리를 맞대라는 주문이다. 지금 보유 기술과 앞으로 구현 가능한 기술을 비교해 시장을 선도할 혁신 제품을 만들자는 것. 구 회장은 디자인도 이의 연장선상에서 강조한다. 기술력 격차가 줄면서 디자인에서 LG만의 색깔을 낼 수 있도록 기술 기반의 디자인 혁신을 제안한다.
이 같은 주문은 그대로 성과로 나타난다. LG디스플레이 패널로 LG전자가 팔고 있는 TV가 그 사례다. 세계 최초로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가 탄생했다. 양사는 지난해 중국에서 ‘올레드 마케팅’을 함께 펼치기도 했다. 올 들어서도 기존 LCD TV와 비교해 두께를 3분의 1 수준으로 낮춘 ‘아트 슬림(Art Slim)’ LCD TV를 내놓았다.
LG전자의 ‘G와치R’ 노트북 ‘그램’도 마찬가지다. 스마트워치로는 세계 최초로 G와치R은 완벽한 원형의 플라스틱 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그램은 1.3~1.8㎏이었던 13인치대 노트북 무게를 1㎏ 미만으로 내렸다. LG디스플레이 지원이 없었다면 구현이 힘들었을 제품이다.
LG전자 청소기와 냉장고도 계열사간 시너지가 돋보인다. 청소기에는 LG화학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됐고, 냉장고에는 최소 크기로 최대 용량을 구현하기 위해 LG하우시스 고성능 단열재가 채택됐다.
협력을 넘어 계열사간 사업조직 인수도 융복합 전략 일환이다. 지난해 말 LG전자는 LG유플러스 전력변화시스템 사업부문을 양수받았다. 차세대 먹거리로 급부상 중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진출을 위해서다. LG전자는 LG유플러스 사업부문 양수로 가정용에 이어 중대형 전 분야의 ESS 완제품 개발이 가능해졌다.
그룹에 있는 시너지팀은 구 회장이 강조하는 계열사간 시너지를 챙긴다. 2012년 신설됐다. 하현회 ㈜LG 사장, 권봉석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본부장 등 현재 요직을 맡고 있는 인물이 초대와 2대 팀장을 맡았다. LG그룹 관계자는 “시너지팀이 사업을 기획하지는 않지만 계열사간 협업과 시너지를 지원한다”며 “LG전자에서 내놓는 주력 제품 상당수에 관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표】구본무 회장의 융복합 관련 발언 / ※자료:LG그룹>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