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어려운 문제다. 흔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걸 ‘뜨거운 감자’라고 한다. 수도권 규제만큼 뜨거운 감자가 우리 사회에 또 있을까.
이달 초 열린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장관 자질 검증보다 수도권 규제완화가 이슈였다. 당시 수도권 출신 의원들은 수도권 규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고, 비수도권 출신 의원들은 절대 안 된다고 맞섰다.
유 장관은 이에 대해 “수도권 규제 중 불합리한 것은 과감히 고쳐야 한다”며 수도권 규제 완화 필요성을 인정했다. 지난 11일에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 질문을 받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연내 합리적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내용과 시기만 남았지 수도권 규제완화는 기정사실화한 느낌이다.
정부가 수도권 과밀화를 억제하기 위해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제정한 게 1982년이다. 하지만 지난 30여년간 수도권 집중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도권은 면적으로만 보면 우리나라 전체의 11%가 약간 넘는다. 그러나 전체 인구는 49.3%, 기업체는 47.4%가 몰려 있다. 지역 내 총생산도 전국 48.9%에 달한다. 국내 1000대 기업 중 수도권에 본사를 둔 곳도 70%가 넘는다.
지난해 충청권을 취재하면서 놀란 적이 있다. 수도권에는 흔한 지식산업단지(옛 아파트형공장)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충남과 충북에 각 한두 개밖에 안 된다.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를 새삼 느꼈다.
수도권 규제 완화를 지역 업계에서는 악재로 본다. 지난 2008년 이명박정부가 대기업 수도권 공장 신·증축을 완화한 이후 충청권에 이전하는 수도권 기업이 크게 줄었다. 2009년만 해도 천안으로 이전한 수도권 기업이 57개였지만 갈수록 줄어 지난해에는 하나도 없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수도권을 언제까지 규제로 묶어 놓을 수는 없다. 수도권과 지역이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방세 비중을 높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 비중은 8 대 2다. 이를 7 대 3으로 조정해 지역의 살림살이를 좀 더 풍족하게 해주면 어떨까.
대신 지역도 무조건 발목만 잡지 말고 합리적 수도권 규제를 인정해야 한다.
방은주 전국취재부장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