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미약한 내수 회복 위해”…가계부채·실효성 우려도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우리 경제가 그만큼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디플레이션에 들어선 것은 아니다”고 강조하면서도 “경기 회복 모멘텀을 상실하면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통화 완화 흐름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약한 내수 회복세 때문에…디플레이션은 아직=당초 금융계는 이번에도 기준금리 동결이 유력하다고 평가했다.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명확하지 않고 지난달 한은이 밝힌대로 기존 통화정책이 실물경기를 제약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한은은 예상을 뒤엎고 사상 첫 1%대 기준금리를 결정했다.

이번 결정의 배경을 두고 한은은 “내수 회복세가 생각보다 미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의 상황을 반전시키지 않으면 향후 심각한 상황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 1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년동월보다 대비 0.7% 증가에 머물렀다. 조업일수가 작년보다 2일 늘었음에도 미약한 증가에 그쳐 경기가 전반적으로 위축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디플레이션 초입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내놨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처음으로 디플레이션 우려를 인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주열 총재는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주장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정부와 마찬가지로 근원물가 상승률이 2%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근거를 들었다.

◇기준금리 인하 효과 있나=한은이 고심 끝에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했지만 효과를 두고 평가는 엇갈린다.

내심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정부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최경환 부총리는 “한은이 국내외 경제 상황을 고려해 선제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준금리 인하가 아직까지 미약한 경제 회복세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저물가 상황을 완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도 한은의 결정을 지지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ECB가 2년 동안 1210조원의 양적완화를 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우리도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아주 시의적절하고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기대보다 우려를 나타냈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성명서에서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장 큰 우려는 가계부채 증가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이뤄진 기준금리 인하와 부동산 규제 완화로 가계부채는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이다. 규모는 이미 1100조원에 육박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부추겨 향후 ‘통제 불가능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주열 총재는 이에 대해 “가계부채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끌고 갈 수 있도록 각 기관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만 설명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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