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ICT인프라: 창조경제의 필수 영양소

지난 3월5일 폐막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Mobile World Congress)가 정보통신기술(ICT)계에 엄청난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지난 1987년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주도로 시작된 본 행사는 해를 거듭해 오면서 이동통신사업자뿐만 아니라 ICT 분야 전문가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으며, 금년도에는 ‘혁신의 최전방(The Edge of Innovation)’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세계 굴지의 회사들이 최신 모바일 기기와 신규 서비스들을 내세우며 열띤 경연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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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잠시 눈을 돌려 우리나라의 ICT를 둘러싼 세계 시장 흐름을 보면 그렇게 밝지만은 않은 것 같다. 여러 보도에서 접하듯이 최근 삼성 등 우리나라 업체의 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등 그동안 우리나라가 잘해왔던 분야(하드웨어나 디바이스 등)에서는 중국 등 후발주자의 거센 추격에 점차 시장을 내주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취약 분야로 알려진 소프트웨어나 플랫폼 분야에서는 민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발주자와의 거리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몇몇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한국 ICT 위기론’ 등의 우려를 피력하며 신속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지난 2년여 동안 우리정부도 ICT를 기반으로 한 융합을 통해 창조경제를 실현하고자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범부처 차원의 적지 않은 노력을 경주해 왔다. 특히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 및 정보통신기술(ICT)을 기존 산업이나 사회 이슈에 접목하는 수십 개의 ‘창조 비타민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ICT의 활용을 통한 기존산업의 고도화 및 활력 제고에 주력했다. 이는 주요 선진국들이 과학이나 ICT를 경제성장 및 현안해결에 잘 활용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우수한 ICT 인프라 등에도 불구하고 이의 활용과 융합이 미흡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학과 ICT를 기반으로 한 제품의 융합과 서비스 융합 그리고 산업의 융합을 위한 노력은 크게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ICT 위기론 등이 고개를 드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이러한 프로젝트가 제대로 성공을 거두지 못한 원인은 다양하게 추정할 수 있겠지만 나는 다음과 같은 주요인이 있었다고 믿는다. 첫째, 밑바탕으로서의 우리나라의 과학 및 ICT 인프라가 생각했던 것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우수성을 가지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정말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좋은 기술이 있다면 설령 못하게 막는다 해도 융합이나 활용은 어떻게든 일어날 것임은 자명하다. 둘째, 일반적으로 융합이나 활용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이 흐르듯이 필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일어나야만 그 가치와 효과가 제대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을진대 우리는 융합이나 활용을 너무 급하게 서두른 것이 아닌가 싶다. 즉 시장 요구에 기반을 둔 융합·활용보다는 공급 중심의 이상적인 융합·활용을 시도한 것이 부진의 원인이다.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서의 창조경제의 성공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냉정한 인프라 수준 평가와 더불어 시장 수요에 기반을 둔 민간주도의 자발적인 융합·활용이 필요하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각종 국가와 사회 기본 인프라스트럭처를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로서 ICT 중요성과 역할은 날로 커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독일, 일본, 핀란드, 아일랜드 등 여러 선진국이 ICT를 국가 사회의 인프라를 떠받치고 있는 인프라 중의 인프라로 인식하고 이의 지속적인 고도화에 국가 차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 전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러한 견지에서 우리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창조경제를 통한 국가발전과 국민복지 향상을 위해서 ICT 기반의 융합과 활용을 제고하려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융합과 활용을 위한 비타민 개념의 프로젝트도 중요하겠지만, 정부 차원에서는 민간의 자연스러운 융합과 활용을 유도할 창조경제의 필수 영양소로서 ICT 핵심기반의 고도화가 무엇보다도 긴요하고 시급하다.

이제 남은 3년간 현 정부가 기치로 내세운 창조경제의 성공을 위해 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핵심 ICT 인프라를 실현함으로써 민간 주도의 융합 및 활용이 꽃피우도록 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필수 영양소로서 ICT 인프라의 고도화가 창조경제의 성공으로, 나아가서는 국민의 행복한 삶으로 이어지는 밝은 미래 대한민국을 고대한다.

박기식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교수(ETRI 책임연구원) kipark@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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