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어치를 팔아 569원을 남기는 기업. 지난해 국내 게임업계 매출 5위를 기록한 스마일게이트가 그 주인공이다. 영업이익률로는 게임업계 1위(56.9%), 영업이익 규모(3026억원)로는 2위다.
스마일게이트는 1인칭슈팅(FPS) 게임 ‘크로스파이어’를 개발했다. 이 게임은 지난해 1조5000억원 매출을 올렸다. 생소한 이유는 중국에서 ‘대박’을 터뜨려서다. 매출 약 95%가 중국에서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30%가량을 스마일게이트가 챙겼다.
게임 하나로 한 해 3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남긴 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현지기업과 강력한 파트너십을 첫손으로 꼽는다. 중국 게임 이용자 성향에 맞춘 개발과 철저한 현지화 마케팅 전략이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거대 시장을 찾아라=크로스파이어 중국 배급사는 메신저 서비스 큐큐(QQ)로 알려진 텐센트다. 텐센트는 2008년 크로스파이어 서비스 이후 5년 동안 매출을 10배나 키웠다.
게임사 관계자는 “텐센트 성장은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 등 한국게임에서 시작했다”며 “메신저(QQ) 중심이던 텐센트 비즈니스를 게임까지 크게 늘린 초기 성장동력을 한국에서 찾은 셈”이라고 말했다.
크로스파이어 중국 성공은 치밀한 현지화 전략과 거대 시장이 제대로 만나 시너지를 낸 사례로 꼽힌다.
크로스파이어는 사실 국내에서 기회를 잡지 못했다. 2007년 네오위즈와 계약했지만 네오위즈가 다른 게임사인 드래곤플라이와 FPS 게임 ‘스페셜포스’ 재계약을 맺는 바람에 한국 시장에선 뒷전으로 밀렸다.
네오위즈와 스마일게이트는 QQ메신저(2009년 기준 가입자 10억명)로 대규모 중국 이용자 풀을 가진 텐센트에서 답을 찾았다.
텐센트는 처음부터 명확한 목표를 제시했다. 당시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던 FPS게임 ‘카운터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당시 크로스파이어 사업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텐센트의 첫째 요구사항은 중국 이용자가 바로 적응할 수 있는 익숙하고 쉬운 게임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며 “게임을 대부분을 다시 만들며 중국 진출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현지화를 목표로 한 전략은 그대로 적중했다. 2008년 크로스파이어가 서비스되자 중국 게임 유저는 열광했고, 2년 뒤 동시접속자가 200만명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무려 세계 동시접속자 600만명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중국에서 뜨며 글로벌 흥행에도 시동이 걸렸다. 지난해 베트남 전체 온라인게임에서 점유율 1위, 브라질에서는 FPS부문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현지화로 출발하라=스마일게이트는 한국 게임산업에서 글로벌 전략이 왜 중요한지를 시사한다. 국내 대표 게임기업인 엔씨소프트 해외매출 비중은 지난해 역대 최고치 41%를 기록했다. 넥슨은 2006년 35%였던 해외매출 비중을 지난해 72%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모바일게임이 역시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성공하는 것이 유리하다. 컴투스는 지난해 모바일게임 ‘서머너즈워’ 글로벌 흥행으로 2347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결국은 해외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 해외매출 비중은 점점 높아질 것”이라며 “결국 한국 시장이 아닌 외부 매출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진출 전략에서 발상 전환도 요구된다. 그동안 우리 기업은 한국에서 성공한 뒤 이를 발판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공식을 따랐다. 하지만 ‘크로스파이어’는 아예 처음부터 한국보다 해외시장을 겨냥하면서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보다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이 절실하다.
윤형섭 상명대 교수는 “한국식 이벤트와 콘텐츠를 중국화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과 운영 전반에서 중국과 협업하는 보다 폭넓은 교류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기획 단계에서 원소스 멀티유스를 염두에 두고 해외시장을 정확하게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발사가 중국 등 거대시장 문화코드에 초점을 맞추고 협업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표. 스마일게이트 그룹 매출 추이 / 출처: 스마일게이트, 단위: 억원>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