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에너지 기술개발은 시장 발굴에 초점이 맞춰졌다. 에너지기술 활성화는 기술을 중심으로 시장을 움직이고, 산업을 확장해 나간다는 의미를 지녔다. 지금까지 강조돼온 기후변화 대응 관련 의제들이 시장메커니즘을 통해 경제 활성화와 연결해 운영돼야 하고 미래 에너지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신산업에 수용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정부는 당면 에너지문제를 점차 증가하는 에너지수요와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이행, 그리고 낮아지고 있는 국민수용성으로 보고 있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 IT와 신기술을 활용한 에너지 컨트롤을 통한 해결방안을 모색 중이다.
지난해 발표된 5년간 에너지 분야 기술개발 지원과제는 총 1227건으로, 투입된 예산은 1조7448억원이다. 이 비율은 에너지자원(38.7%), 전력(30.3%), 신재생(22.6%), 기타(글로벌과 원자력) 등으로 이뤄졌다.
특히 급증한 분야는 신재생이며, 초기 연도에 비해 50% 이상 증가해 시장개척에 목적을 두었고 교량역할을 하고자 했다. 이를 주관기관 주체별로 보면 공기업, 대기업, 중소기업, 출연연, 대학 순으로 많이 투입됐다. 지금까지 투자방향을 보면 초기 출연연 적극 투입에서 점차 기업중심으로 발전했고, 다시 중소기업 중심으로 지원 전략의 틀을 바꿔왔다. 기술개발의 상용화에 초점을 뒀기 때문이다.
에너지기술 현황을 보면 시장은 닫혀 있고, 기술개발은 긴 터널을 헤쳐나가는 중이다. 지금까지 수행된 과제의 기술성숙도를 보면 전체 5단계 중 과제시작 시점에선 평균 1.9단계, 종료시점은 3~4단계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종료과제는 실용화를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업화로 연결되는 4~5단계는 35% 정도로 미약하다.
에너지기술의 전략적 성공은 R&D 지원 아래 사업화가 이뤄지고, 이어서 산업화로 연결되는 선순환구조가 구축돼야 하지만 지금은 사업화는 산업화로 이어지기까지 기반이 취약한 현실이다.
현 정부 들어, 에너지기술 개발의 틀은 ICT 연계와 함께 체계를 바꿔가고 있으며 무엇보다 상용화에 방점을 찍었다.
정부 에너지정책의 핵심은 전통적인 에너지산업에 2차전지, 소프트웨어산업을 융합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창출, 에너지관리시스템(EMS) 활성화, LED설치 의무화와 가전제품의 스마트플러그 기능 탑재 등을 통한 ICT 활용 고효율기기 보급으로 새로운 시장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나아가 수요관리자원 시장을 창출하며 ICT 기반 수요관리 서비스 등 신규산업을 육성, 시장 참여자와 창조적인 일자리 확대를 꾀하는 것이다.
ICT 기반의 에너지수요 관리정책은 한걸음 더 들어가 신재생에너지에 접목함으로써 새로운 에너지시장 패러다임을 창출하는 여건 마련에 초점을 맞췄다.
최근엔 밀려오는 환경변화와 맞물려 기술개발의 혁신성이 요구되고 있다. 잠잠하던 에너지 R&D 활동이 거대한 잠재력과 환경의 새로운 변화에 따라 에너지산업에 메가트렌드를 일으킬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에너지시스템 효율 향상, 신재생에너지 부상, 지능형 인프라의 에너지 정보 통합 등을 통한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전 세계 많은 기업과 대학이 미래에너지 기술혁신과 제품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유틸리티기업 외에도 구글, 소프트뱅크, 도요타, 혼다, GE, 지멘스, MIT, 스탠퍼드대 등 각 분야의 다양한 영역에서 에너지기술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특히 구글은 수요관리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거대한 데이터망을 중심으로 에너지 망을 지배하려 한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구글이 기술혁신을 통해 에너지관리 혁명을 예고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21세기 에너지업계는 잔잔한 물결 위에 ‘파괴적 도전’이라는 파도가 치는 형국이며, 새로운 시장, 새로운 가치 네트워크, 비용절감, 그리고 보다 개선된 제품 개발과 기술혁신의 기회가 열릴 것이다.
박수억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supark@kier.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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