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기술의 경제적 가치를 환산해 자금을 공급해주는 기술금융 심사가 부실화하고 있다. 민간 기술평가기관(TCB)이 ‘엉터리 기술평가서’를 만들거나 실사와 평가서를 작성하는 인력을 따로 운영하는 등 ‘실적 올리기’ 심사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TCB의 심사 인력은 60명에 불과하지만 6개월간 심사 평가 실적만 5000건을 넘었다. ‘부실 심사’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기업데이터(KED), 나이스 등 민간 TCB의 기술평가 심사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KED와 나이스는 지난해 6월과 7월 출범 후 기술평가건수만 각각 5079건, 4007건에 달했다.
평가 전담인력은 68명이다. 이 중 전문인력은 KED 17명, 나이스 25명뿐이다. 인력 1명당 월 100건에 육박하는 신용심사를 하다 보니 은행 대출 가늠자가 되는 기술 평가서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은행권 기술금융 한 관계자는 “민간 TCB를 통해 기술평가서를 받았는데 기술에 대한 검증보다는 시장 현황 등을 담은 짜깁기 내용이 대부분”이라며 “현장 실사 인력과 기술평가 보고서를 만드는 인력을 따로 운영하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TCB가 기술평가서 비용으로 받는 돈은 1건당 100만원이다. 제대로 된 기술검증보다는 실적 올리기에 급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TCB 한 관계자는 “현재 TCB에서 만드는 기술평가서 결과를 보면 물리적으로 기간 내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금융당국이 기술금융 양적 확대에만 치중하자 은행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TCB에 기술심사 의뢰를 그냥 던져 놓고 빨리 처리해달라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평가서가 부실화하다 보니 은행도 기술심사 정보를 묵혀두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술평가서를 토대로 정량적인 기술 평가 지수 등을 만들어야 하지만 이미 시장에서 기술평가서 신뢰성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은행은 기술평가서를 금융당국에 기술대출 확인 서류로만 활용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신심사나 기업의 등급 산출용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양적 확대에만 초점을 맞춘 기술금융 속도를 늦추는 대신, 기술형 기업 심사 내용 등을 지표화하는 작업이 먼저라고 지적한다. 또 민간 TCB에서 기술평가를 전담하는 규제를 풀고 자체 역량을 고도화해 일반 은행이 심사와 대출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임형준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술평가에서 자체 역량과 노하우를 보유한 기술보증기금 등이 TCB를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표]TCB운영현황(2014년 12월 기준) (자료-금융위원회)>
![[표]TCB운영현황(2014년 12월 기준) (자료-금융위원회)](https://img.etnews.com/photonews/1503/659119_20150302165004_626_T0001_550.png)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