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수스 “비보PC는 삶에 다가가는 미니 PC”

노트북이 아닌 ‘어떤 PC를 살까?’ 같은 고민에 빠진 이용자가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혹시 모를 고민을 하고 있을 이용자들에게 ‘이런 PC는 어때?’라며 색다른 PC를 슬쩍 들이미는 PC 제조사가 있다. 어제는 에이수스가 그 역할을 맡았다. 비하이브라 불리는 청담동의 갤러리에서 철자가 올바른지 잘 살펴 읽어야 할 비보PC(Vivo PC)에 대해 1시간여 동안 이야기를 풀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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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VIVO)는 ‘삶’이란 뜻을 지닌 스페인어다. 비보PC는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브랜드라고 말한다. 때문에 형태나 기능 모두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게 에이수스 코리아의 주장이다. 그런데 비보PC는 초소형 PC의 또다른 상표로 보인다. 모양새는 두 가지. 손바닥에 올려둘 수 있는 것(UN 시리즈)와 도시락보다 좀더 넓은 것(VM 시리즈)다. 이런 형태는 낯설지 않다. 비보PC 같은 형태가 이전에 없던 것은 아니라서다. 이미 인텔이 NUC(Next Unit of Compution)라는 초소형 PC 폼팩터를 선보인 이후 수많은 PC 업체에서 비슷한 제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어서다. 최근엔 손가락 크기의 스틱 PC가 초소형 PC를 위협하는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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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수스와 유통을 맡은 모트렉스는 비보PC의 다른 점을 말하는 데 정해진 한 시간을 썼지만, 이 설명을 듣지 않은 이들이 얼핏 볼 때 그 차이를 쉽게 분별하긴 어렵다. 비슷한 제품을 진열한 매장을 스쳐가는 듯이 크기와 제원만 비교하면 그렇게 보일 수 있다. 처리 장치(셀러론과 4세대 코어 i5, 코어 i7)와 저장 공간, 단자 종류와 구성, 네트워크 능력 등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다른 초소형 PC들도 공간 절약, 소비 전력 감소 같은 특징을 갖고 있는 터여서 더 나은 결론을 얻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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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에이수스의 두 시리즈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훑어볼 때 몇 가지 차이는 눈에 보인다. UN 시리즈와 VM 시리즈는 128GB의 SSD와 운영체제(윈도 7 프로 64비트, 또는 윈도 8.1)를 싣고 있다. USB 단자는 각각 4개(UN 시리즈), 6개(VM 시리즈)로 넉넉하게 담았고 4가지 메모리 카드를 읽는 리더도 붙였다. 여기에 더 큰 용량의 램이나 더 성능 좋은 네트워크 모듈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데다, VM 시리즈는 저장 공간을 손쉽게 늘릴 수 있도록 2.5인치 하드디스크 또는 SSD를 두 개 꽂는 듀얼 베이 구조를 적용했다. 대부분 내장형 그래픽으로도 4K 영상을 재생할 수 있지만, 더 나은 성능을 원하는 이용자를 위해 최상위 모델 VM62N은 엔비디아 지포스 820M 그래픽 칩셋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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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차별성을 엿본 건 하드웨어가 아니라 에이수스의 기술과 서비스를 접목한 부분이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대신하는 앱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설치해 UN 시리즈와 VM 시리즈를 다루는 WiFi-GO!, 1년 동안 쓸 수 있는 100GB의 에이수스 웹 스토리지도 포함한 데다, 따로 스피커를 달지 않아도 제법 괜찮은 소리를 뽑아내는 소닉마스터 사운드 시스템을 VM 시리즈에 담았다. 무상 보증 기간은 3년. 에이수스 코리아는 이용자가 부품을 업그레이드 하더라도 무상 보증 정책의 변화는 없다고 못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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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과 VM 시리즈는 의외로 여러 차별점을 발견할 수 있긴 하나, 사실 걱정은 다른 부분에 남아 있다. 에이수스는 PC 부품은 강하지만 노트북이 아닌 완제품 PC 시장에선 아직 약한 브랜드라는 점과 자동차 분야에서 굵어진 잔뼈를 가진 모트렉스는 PC 시장에 처음 도전하는 ‘초짜’ 유통사라는 점이다. 하지만 두 회사는 이런 우려에 대해 ‘걱정은 붙들어 매라’는 투다. 에이수스 코리아 곽문영 팀장은 “PC 이용자에게 메인보드나 그래픽 보드 업체로 홍보된 에이수스에겐 비보PC가 일반 이용자들게 좀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말한다. PC 부품 업체보다 누구나 쓸 수 있는 PC 업체의 이미지 변신을 위한 기회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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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트렉스 이재원 차장도 “2001년 자동자 부품 사업을 시작했으나 오랫동안 SI와 IT 컨버전스 사업에서 다져놓은 기반에 에이수스의 제품을 접목할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일반 소비자 시장은 물론 자신들이 만든 솔루션을 결합해 기업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한쪽은 이미지 변신을, 또다른 쪽은 사업 영역의 확대라는 동상이몽을 꿈꾸지만, 이날 발표만으로 이들을 향한 걱정어린 눈길을 거두긴 힘들 듯하다.

무엇보다 ‘삶에 다가가는 PC’라는 비보PC의 의미에 어울리는 특징이 무엇일까 하는 점에서 고민은 여전하다. 비슷한 미니 PC의 완성도와 기능적 차별점을 찾아낼 수 있어도 삶과 연결할 고리가 무엇인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혹시 18.5dB에 불과한 저소음이나 한달 전기료 1,000원에 불과한 PC라는 게 더 설득력을 얻는 것은 아닐까? 비보PC는 그저 엇비슷한 미니 PC에서 차별점을 찾을 게 아니라 브랜드의 의미에 충실한 한 가지를 잘 녹였을 때, 두 회사에 대한 걱정보다 제품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최필식기자 techhol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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