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했던 팬택 신화가 서서히 1막을 내린다. 미국 자산운용사 원밸류애셋 매니지먼트는 “이르면 이번 주 내에 팬택 인수대금을 한국으로 송금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팬택 주인찾기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한국 법원은 대금이 입금되면 매각을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청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외국 자본에 넘어가는 것까지 막지 못했다.
팬택 신화는 지난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팬택은 처음에 무선호출기를 생산했으며 1997년 휴대폰 생산을 시작했다. 한때 매출 3조원을 웃돌며 한국 휴대폰 빅3 메이커로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대기업과의 보조금 전쟁에서 밀리고 해외시장을 개척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 2007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17분기 연속 흑자를 내며 2011년 가까스로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삼성과 애플의 양강구도로 재편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끝내 활로를 찾지 못했다.
롤러코스트 같은 팬택 역정은 벤처신화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청산이라는 파국을 면한 게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당장 팬택 직원의 대규모 실직이나 협력사 줄도산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해외 자본에 매각된다는 점에서 우려는 여전히 남는다. 더구나 원밸류애셋은 재무적 투자자다. 이런 투자자 속성상 향후 기업가치를 높인 다음 재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기술이나 특허가 해외로 유출되고 빈껍데기만 남을 공산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쌍용자동차, 비오이 하이디스 등에서 이 같은 악몽을 겪기도 했다. 악몽이 더이상 이어져선 곤란하다.
이 같은 폐해를 막으려고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을 제정했지만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다. 원밸류애셋이 인수조건으로 밝힌 고용승계와 경영정상화 방안을 제대로 이행할지도 관심사다. 팬택 신화가 비극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정책 당국이나 국민 모두 매각 이후에 팬택에도 관심을 놓지 말아야 한다. 팬택이 엉뚱한 곳으로 가지 않도록 제어하는 효과라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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