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기관장에게 듣는다] 김두철 기초과학연구원장

“기초과학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미션입니다.”

지난 3년간 설립기를 거쳐 올해 도약단계에 선 기초과학연구원(IBS)의 기본 방향이다. IBS는 소속된 법체계도 다르다. 정부출연연구기관과는 달리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지원을 받고 있다.

사실 IBS는 우리나라 기초과학 연구비의 쏠림현상과 연구단 선정 과정에서 공정성 및 객관성 시비에 휘말리며 과학기술계의 눈총을 샀다.

하지만 유룡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연구단장(KAIST 교수)이 노벨화학상 분야에서 한국인 사상 처음으로 후보에 오른 일은 IBS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가능성을 본 것이다.

“IBS 설립 당시의 4대 기본 철학인 ‘수월성·개방성·자율성·창의성’은 잘 되어 있습니다. 기존 연구소의 단점을 되풀이하지 않고 새로운 스타일의 연구소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걸 구현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두철 IBS 원장은 “기관이 만들어진 지 3년밖에 안돼 정착되지 않은 부분이 많지만, 이 같은 원칙을 지켜 모든 학자들이 한 번쯤 연구를 위해 와보고 싶어하는 세계 최고의 연구소를 만들기 위한 기반을 탄탄히 해나갈 것”이라며 올해 기관운영 각오를 다졌다.

김 원장으로부터 IBS의 올해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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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영 목표와 실천 방안은.

▲IBS가 설립 이후 안정적으로 정착한 현시점에서 앞으로는 본격적인 도약을 준비할 것이다. 올해를 ‘IBS 2.0’의 실천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 지난해 11월 22일이 3년 된 날이다. 연구단선정평가위원회 위원들의 임기도 다 끝났다. 올해 새로 시작한다.

제도적으로 정비가 안 된 연구단 운영과 관련해 브레인스토밍 등을 하고 있다. 본부장과 팀장 등이 참여하는 1박 2일 경주 간담회도 계획해 놨다.

올해엔 단장 협의체를 만들어 운영한다. 단장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효율성과 일관성을 갖기 위해 조직을 새로 꾸리려 한다.

인사, 구매 등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도 올해 사명이다.

-최근 조직을 개편하고 연구지원을 강화한 이유는.

▲연구지원 본부를 선임본부로 과감하게 전진 배치했다. 연구자 중심의 연구지원 체계를 구축해 연구 몰입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세계 수준의 연구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그에 걸맞은 연구지원 조직과 문화를 갖추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봐달라.

-연구단 선정 등 중장기 계획의 실현 여부에 대해 설명해 달라.

▲기초과학연구원 5개년 계획(2013~2017년)에 따라 연구단 선정 등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이를 기반으로 임기 동안 달성할 목표를 구체화한 ‘경영성과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만, 연구원의 상위계획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본계획’이 2017년까지 연구단 50개를 선정하고 본원 및 가속기 건설 구축을 완료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으나 현실적으로 2021년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계획도 그렇게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

2022년부터 10년 된 연구단이 생긴다. 기존 연구단과 대체하게 될 것이다. 이때가 2단계 건설계획이 끝나는 시점이기도 하다.

-IBS의 현안이기도 한 예산 500억원에 대해 얘기해 달라.

▲IBS의 중요 현안은 연구원 건설이다. 창의적인 연구공간, 융합공간, 열린공간을 주요 콘셉트로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단 수요를 조사해 설계에 반영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또 지역 사회 및 시민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 등도 개발하고자 한다.

올해 10월 설계가 완료되면 연말까지 시공사 선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문제가 없다면 연말께 착공이 가능할 것이다. 인허가 시점인 8월 전에는 부지사용계약이 체결돼야 차질 없이 건설을 추진할 수 있다. 대전시와 대전마케팅공사의 협조가 필요하다.

원장 역할이 많지 않지만 대전시도 만나고 정부도 찾아 갈 것이다. 좀 답답하긴 하지만 순조롭게 잘 되길 기대한다.

-정부의 2단계 경영정상화에 대한 IBS의 대응은.

▲2014년도 정부의 1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에 따라 제도개선, 규정개정 등 적극적 개선활동을 펼쳐 정상화 과제를 연내 이행했다.

2단계 정상화와 관련해 외부 전문가를 활용한 직원채용 과정의 객관성 확보 등 개선활동을 추진 중이다.

특히 정부의 투스트라이크 아웃(DDR)에 대해선 행정직은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본다. 연구직 적용은 곤란하다. 연구직엔 대학교수처럼 테뉴어 트랙이 있어 DDR와는 성격이 맞지 않다. 또 한시 고용 시스템이어서 더더욱 그렇다.

기초과학은 다들 안 해본 걸 하는 것이다. 처음하는 연구인데 논문 등의 숫자로 평가하는 것이 맞는가? 우연성도 인정해야 한다. 평가를 5년차에 하는 이유다.

-올해 기대되는 성과는 무엇인가.

▲설립한 지 만 3년에 이르는 연구단이 다수다. 연구단 운영이 성숙 단계에 이르러 우수한 연구 성과가 다수 도출되고 있다.

올해 역시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연구를 수행해 다양한 학술적, 과학적 성취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IBS 고피인용(인용빈도 상위 1% 이내) 논문 수는 해외 선진기관에 비해 적으나, 설립시기 및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연구 성과는 지속 향상되는 추세다.

고피인용 논문 건수를 보면, 지난해 IBS는 14건으로 주요기관 대비 4.6%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2013년 11건·2.3%보다 향상된 수치다. KIST는 지난해 15건·4.9%, 포스텍은 8건·2.6%였다.

-연구단 구성은 어떻게 돼가나.

▲지금까지 24개 연구단 구성을 완료했다. 수학 1, 물리 8, 화학 6, 생명과학 7, 지구과학 및 융합과학 2개 등이다. 현재 총 50개의 연구단 설립을 목표로 신규 연구단장 선정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중이온가속기 관련 특화된 주제를 발굴, 심도 있는 연구와 국제적인 연구 경쟁력 확보를 위해 ‘희귀 동위원소 과학(Rare Isotope Sciences)’을 지정연구 분야로 새롭게 정했다. 희귀 동위원소 과학 분야는 크게 핵물리(Nuclear Physics)와 응용 희귀 동위원소 과학(Applied Rare Isotope Sciences)으로 구분된다. 다음 달 공모를 마감한다.

올해 몇 개의 연구단을 정할 것인지 딱히 정해놓은 건 없다. 오직 수월성을 기준으로 뽑을 것이다. 향후 지구과학, 천문학 분야 연구단을 추가로 구성하고 기초과학 여러 분야의 다양하고 능력 있는 과학자를 지속적으로 영입할 것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

◆과학벨트 핵심 중이온가속기 어떻게 되고 있나.

글로벌 기초연구 거점시설이 될 과학벨트에 들어선다. 세계 최고 수준의 중이온 가속기를 건설·구축할 예정이다.

IBS 산하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은 2013년 세계 최고 수준의 중이온가속기 장치설계를 완료했다. 가속에너지, 가속출력, RI빔에너지 등에서 세계 최고다. 두 가지 동위원소 생성방식(ISOL, IF)을 결합해 희귀동위원소 생성범위도 최고 수준이다.

현재 초전도가속관, 저온유지모듈, ISOL 표적함 등 핵심 가속·실험장치의 시제품 제작 및 성능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중이온가속기 부지위치와 규모가 확정되지 않아 지난 2년간 추진하지 못했던 가속시설 건설사업은 지난해 9월 신동·둔곡지구 개발계획이 고시됨에 따라 부지위치·규모·형상이 확정돼 본격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지난해 말 기본설계에 착수했다. 대전 신동의 부지사용이 가능한 2017년 초부터는 건설공사와 장치설치 작업을 동시에 추진해 2021년까지 중이온가속기를 구축·완료할 계획이다. 장치설치 작업은 2018년 중순부터 본격화한다.

올해는 중이온가속기 기본설계용역과 사업부지 지질조사가 수행된다.

가속장치 주요 부분품인 ECR 이온원 전체조립 이후 성능시험이 올해부터 진행되고, 지난해 시제품 제작이 완료된 저에너지 상전도 가속기(RFQ)의 본제품, 사이클로트론, 극저온시스템 제작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응용과학장치인 질량측정 빔라인 설계가 올해 내 마무리된다. 저에너지·고에너지 실험장치에 쓰일 검출기의 시제품 제작과 성능시험도 이루어진다.

전략적으로 국산화를 추진 중인 초전도가속관 개발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으로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 제작기술 보유국 대열에 오르게 된다. 수입대체 효과만 약 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업단은 현재 자체 설계, 제작한 2개 타입의 가속관 시제품을 캐나다 국립연구소(TRIUMF)에 보내 영하 270도 극저온 상태에서의 가속 등 성능을 시험 중이다. 올해 1분기 내에 시험을 최종 마무리한다.

국제협력도 이루어진다. 미국 미시간주립대 가속기연구소와 제퍼슨 연구소 등과 정부 간 한미 가속기 실무회의를 활용해 구체적인 공동연구과제를 도출하고 공동연구에 착수할 예정이다.

또 한국물리학회, 한국연구재단 등 국내의 연구선도 단체·기관과 협의해 중이온가속기 국제자문회의 개최를 추진할 계획이다.

‘IBS 리서치 콘퍼런스’에 가속기 관련분과를 신설해 IBS 차원에서의 가속기 관련 세계적 기초 연구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축 노력도 병행할 계획이다.

◆김두철 기초과학연구원장은

대표적인 외유내강형 인물이다. 대외적인 활동보다는 내치에 치중하는 실사구시형 스타일이다.

모토는 ‘성실’과 ‘최선을 다하는 삶’이다. 현재 상황이 어렵더라도 부정적으로 보기보다는 긍정적으로 보고 일을 처리해 나가는 편이다. 주위에 적이 드문 유순한 리더십을 갖고 있다.

취임 5개월을 갓 넘겼다. 늘 소통을 강조한다. 서로 만나고, 대화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자주 만들면 자연스레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중학교 때인 1961년부터 산악반 활동을 했다. 취미는 암벽 등반. 서울대 교수 시절에는 산악회 회장까지 맡았다. 지금도 기회만 되면 암벽을 탄다. 히말라야는 세 번 다녀왔다. 킬리만자로를 트레킹할 정도로 산을 좋아한다. 지난해 8월 인수봉 크로니 코스를 다녀왔다.

1948년 서울 출생이다. 서울대 66학번, 공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박사학위는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통계물리학으로 받았다.

박사학위 뒤 3년간 뉴욕대 물리학과와 멜버른대 수학과 연구원을 지낸 뒤 1977년 귀국해 2010년까지 서울대 교수생활을 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고등과학원(KIAS) 원장 및 계산과학부 교수를 지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KAST) 정회원이다.

현재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명예교수, 아태이론물리센터(APCTP) 이사와 함께 기초과학연구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전문분야 경력으로는 BK21 서울대 물리연구단장, 제25회 국제통계물리학회 조직위원장 등을 지냈다.

수상실적으로는 한국물리학회 논문상 및 학술상, 서울대 교육상, 서울시 문화상, 근정포장, 삼일문화재단 3·1문화상 학술상, 수당재단 기초과학부문 수당상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