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53>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경영

애플의 몸값이 거침없이 치솟고 있다. 시가총액 7366억달러, 약 812조원으로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의 두 배가 넘는다. 우리나라 GDP의 절반이다. 이렇게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는 시가총액은 애플의 수익 능력에 기인한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194억달러로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거둔 이익의 93%를 독식했다. 반면에 같은 기간 삼성은 18억달러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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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애플과 삼성이 이익 면에서 열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은 애플이 아이폰을 한 대당 평균 698달러에 판 반면에 삼성 판매가는 이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206달러였기 때문이다.

신화가 전설이 된 스티브 잡스가 사라지고 난 뒤 새롭게 등장한 쿡 사장을 향한 우려가 많았다. 사회적으로 잡스 같은 IT 거물의 뒤를 이어 잘 알려지지도 않고 심지어 수줍어 보이는 쿡 사장이 과연 그 큰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어쨌든 지금까지는 후계 승계가 성공적이었음을 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반면에 삼성은 이 회장의 입원 이후 어쩐지 생동감이 없고 큰 방향성 조차 잘 안 보인다. 그래서 이제는 삼성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삼성그룹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에 삼성의 부진이 곧 우리나라 경제의 위기처럼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다.

신입 사원들도 삼성전자에 입사하면 좋기는 하지만, 빡세게 일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안다. 입사 1, 2년 안에 일이 너무 힘들어 중도 포기하는 신입사원들도 많다고 한다. 임원들은 또 어떤가? 아침 6시 반에 나와 밤늦게까지 일하고, 주말도 대부분 출근한다.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애플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더 큰 문제는 그 격차를 뛰어넘는 ‘인천상륙작전’급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당연하게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겠지만, 어쨌든 시장에 알리고 설명하지 않고 있으니 외부에선 걱정이 크다.

이제 우리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의 경영모델과 이들의 성공에 대해 겸허하게 수용하고 존경해야 한다. 철부지 같은 몇몇 똑똑한 개발자들이 모여 제품을 개발해서 운좋게 성공한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들의 성공을 질시하고 얼마나 오래가는지 두고 보자는 식의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삼성이 애플이나 구글보다 훨씬 일 많이 하고, 훨씬 체계적이고 훨씬 위엄 있어 보이지만 어쨌든 시장에선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 IT업계는 IBM, HP, 오라클, SAP가, 통신업계는 노키아, 모토로라, 소니, 블랙베리가, 유통업계는 월마트, 테스코, 타깃 등이 부동의 강자들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기업들은 이 강자들의 틈새에서 자신만의 비즈니스 영역을 창출했다. 이들은 IT와 통신, IT와 유통, IT와 금융과 같이 겹쳐 있는 부분의 틈새시장을 비집고 들어와 전혀 다른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한 벤처들이다.

기존 강자들이 자투리 시장을 기존 룰로 서로 경쟁하고 안주하고 있을 때 이들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경쟁 없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던 업계 강자들이 아차 싶어 새롭게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전세를 뒤엎으려고 했지만 이들은 벌써 저만치 앞서간다.

이제는 기존 강자들이 이미 늦었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기술 발전이 무지하게 빠르기 때문에 조금 늦게 시장에 나서면 선두를 따라 잡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기존 거대한 공룡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반면에 별 볼일 없던 작은 포유류들이 속도와 적응력을 앞세워서 새로운 환경의 승자가 됐다.

지금 우리 전통의 기업들과 이들 새로운 기업들과의 격차는 임원이나 직원들이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이미 이들의 성공이 입증되고 정착돼 가는 것을 겸허히 인정하고 이들로 부터 경영을 배워야 한다.

100년 아니라 200년의 역사를 가진 기업도 10년 된 기업이 성공적이면 그 경영을 따라하고 배워서 새롭게 재탄생해야 한다.

기존의 생각, 조직, 사람, 리더십, 제품, 마케팅을 그대로 두고 부문별, 부서별, 제품별 혁신을 부르짖으면 절대 이들과 경쟁해서 이길 수 없다. 모든 산업 영역에서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압도하고 있다. 시장 성장률에서도 이미 대세가 기울었다. 이런 시장에서 디지털을 기존 운영이나 제품에 얹어 팔려고 하면 안 된다. 새로운 강자들은 디지털에 운영과 제품을 얹어 팔고 있다.

누가 더 빠르겠는가? 경쟁에서 누가 이기겠는가? 소비자들이 어느 제품에 열광하겠는가?

CIO포럼 회장 ktlee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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