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발전소 처리와 이를 대체할 신규 발전소 건설에 대한 발전업계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국내 발전소 증설이 시작된 지 40여년이 지나면서 노후화와 수익성 악화로 폐기 대상에 오르는 발전소는 많아지고 있지만 신규 발전소 건설 환경은 나빠지기 때문이다.
22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가동을 멈춰 폐지된 발전소는 모두 9기에 달한다. 1982년 서울화력, 삼척화력, 마산화력 등이 폐지된 이래 가장 많은 수다. 설비용량 2400㎿ 수준으로 작년에만 원전 2기 분량의 발전소가 문을 닫았다.
발전사들은 노후 발전소 폐지가 본격화되면서 신규 발전소 건설 계획을 추진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가동해도 수익성이 낮은 설비를 개선해 수익성 증대와 더불어 친환경성도 갖춘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지역 민원이다. 다수의 신규 발전소 계획들이 현재 지역 민원 탓에 계획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발전소 등 산업 시설에 대한 지역민들의 거부감이 과거보다 커지면서 이미 해당 지역에서 발전사업을 하던 곳들도 신규 건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LNG를 사용하는 복합화력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기술적으로는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지만 대부분의 시설이 인구 밀집 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또 원전·석탄화력과 달리 수시로 가동과 정지를 하면서 설비 부담이 커 교체 주기가 빠른 것도 문제다.
10여년간 논란을 이끌어 온 서울 당인리발전소도 부지에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고 발전소를 지하에 건설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이끌었지만, 여전히 논란은 남아 있다. 분당복합화력의 경우 6차 전력수급계획을 통해 대체 신설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주민반대로 성사되지 못했고 7차 계획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중유발전설비를 폐지한 울산화력도 ‘울산 희망 7000’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신규 LNG복합발전 건설을 계획 중이나 쉽지 않은 여건이다.
폐지 발전소의 철거와 처분도 새로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당초 발전업계는 발전소 설비를 개발도상국에 되판다는 구상이었지만 지금까지 성사된 사례는 없다. 발전사 입장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설비를 최대한 많이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지만, 지금까지 실적은 일부 장비를 박물관에 기증하거나 별다른 방안이 나올 때까지 방치하는 것이 전부다.
더욱이 세계 건설 경기 침체로 플랜트 단가가 하락하면서 개도국들도 구형 설비 인수보다는 신규 설비 건설로 돌아서는 추세다. 현재로선 단위 설비별 매각이 그나마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지만 인력과 시간이 많이 드는데다 적정 매각 단가도 맞추기 어렵다.
발전업계는 발전소 폐지에서 신규 건설로 이어지는 과정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또 최근 전력수급 상황 여유에 따라 다수의 노후 설비들이 손익분기를 못 맞추면서 폐지를 검토하는 사업자들도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첨두 부하를 담당하는 발전소의 경우 수익 악화로 설비 폐지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며 “기존 송전망 활용 차원에서라도 기존 부지 내 발전소 신규 건설과 폐지 설비 처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0년 이후 주요 발전설비 폐지연도 / 자료:전력거래소>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