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망 단말 20만대에서 38만대로 확대 검토···단말 형태도 뜨거운 감자로

정부가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에 사용될 단말기(무전기) 구입 규모를 당초 예상했던 20만대보다 두 배가량 많은 38만대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확대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내 단말기 업계가 반기고 있다. 하지만 소요예산을 늘리지 않고 단말기 구입 규모만 두 배로 늘리면 저가 저품질의 중국산 단말기가 초기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스마트폰형과 무전기형 등 단말기 형태 논란에 이어 단말기 수급 확대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관련 업계가 정책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관별 단말기 수요조사에서 군이 18만대의 수요를 제기해 국민안전처가 고심에 빠졌다. 군은 재난 8대 주요기관 중 하나다. 국민안전처가 군의 요구를 묵살할 수 없는 이유다. 문제는 예산이다. 단말기 구입 예산비중은 전체 2조원가량인 재난망 사업 규모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단말기 구입 규모가 두 배로 늘어나면 예산 부담이 더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군은 주요 재난기관 중 한 곳이기 때문에 국민안전처에서도 군의 요청을 쉽게 거절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수량 증가에 따른 예산 부담 때문에 안전처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단말기 도입 규모가 확대되면 사업 참여를 준비하는 3~4개 국내 단말 업체에는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반면에 예산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중저가 중국 단말기가 대규모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특히 최근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단말 형태 논란과 맞물려 재난망 사업의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재난망구축사업단은 현재 무전기형과 스마트폰형 두 가지 단말 형태를 놓고 검토 중이다. 국민안전처는 무전기형 13만9000대, 스마트폰형 2만7000대, 차량형 2만2000대, 고정형 1만2000대 등 무전기형 단말을 주력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설문조사 결과 현장 사용자들이 무전기형을 더 원하고 있다는 게 안전처의 분석이다. 예상했던 20만대에서 수량이 대폭 늘어나고 주력 단말 형태가 무전기형으로 정해지면 저품질 중국산 단말 사용 가능성이 높아진다.

주로 스마트폰 형태의 단말을 준비하고 있는 국내 단말기 업체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난망 사업에 국내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분야는 정보통신공사와 단말기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단말기 업체 관계자는 “안전처가 생각하는 무전기형은 2.2인치 화면으로 멀티미디어 활용이 어렵고 무전기 용도로만 활용하게 되는데 이럴 거면 왜 막대한 돈을 들여 롱텀에벌루션(LTE)망을 구축하는지 모르겠다”며 “스마트폰형도 충분히 내구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주력 단말은 스마트폰 형태로 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안전처는 이달 13일 재난망 전문가 포럼을 열고 단말 수량과 규격을 포함한 제반 사항을 논의한다. 이후 24일 공청회를 진행한다. 시범사업 발주는 3월 중순으로 예상된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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