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의 ‘벅스’ 음원 공급은 ‘밀크’를 보유한 무선사업부와 별도로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9년 연속 TV 세계 1위 등 하드웨어(HW)에서의 성공경험을 소프트웨어(SW)로 전이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사전포석이다.
VD사업부는 초고화질(UHD), 커브드(곡면) 등 TV의 HW에 주력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SUHD TV의 HW는 물론이고 운용체계(OS) 타이젠, 사물인터넷(IoT) 등 SW에도 힘을 실었다. 특히 ‘UHD 얼라이언스’에 20세기폭스 등 할리우드 영화사들을 참여시켜 삼성 TV에 걸맞은 UHD 콘텐츠 확보에도 주력했다.
‘무지향성 360 오디오’ 전용 앱의 벅스 콘텐츠 탑재는 더 이상 HW로만 승부를 걸지 않고 SW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부와도 손을 잡겠다는 삼성전자 VD사업부의 의지를 상징한다. 삼성전자 VD사업부 관계자는 “벅스와의 제휴는 국내 소비자들이 국산 음원을 더 선호하는 점에 대한 고민에서 추진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제휴가 삼성전자의 양대 대표 사업부인 무선과 VD간 콘텐츠 주도권 경쟁의 신호탄이라는 시각도 있다. 무선사업부가 그간 제기된 SW의 구글 안드로이드 종속을 탈피하기 위해 밀크 등으로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나섰고, 올해부터 모든 스마트 TV에 타이젠 OS를 탑재한 VD는 국내외 유수 개발사들과 협업한 게임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나아가 소비자가전(CE)부문 제품 전체를 타이젠으로 묶어 IoT와 스마트홈으로의 영향력 확대도 꾀한다.
두 사업부는 이미 과거 사업에서 얻은 ‘학습효과’도 상당하다. 무선사업부는 소리바다와의 제휴로 무료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 밀크를 출시해 반향을 일으켰고, VD사업부도 해외 시장에서 넷플릭스 등 콘텐츠 업계와의 제휴를 통한 콘텐츠 확보에 적극적이다.
밀크는 갤럭시 스마트폰의 콘텐츠 경쟁력을 찾던 무선사업부에 갤럭시의 즐길거리를 마련, 시장에 조기 안착했다는 평가 속에 순항하고 있다. 갤럭시 전용이라는 한계 속에서도 ‘무료 음원 스트리밍’을 무기로 출시 4개월 만에 월 평균 150여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VD사업부도 UHD TV 사업 강화를 위해 올해 콘텐츠 업계와 ‘UHD 얼라이언스’를 결성해 세계적인 콘텐츠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특히 같은 ‘오디오 서비스’임에도 무선과 VD가 각기 다른 음원 사업자를 협업 대상으로 삼은 건 사업부마다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의미로 IM부문과 CE부문 간 대리전 성격도 짙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이후’ 주도권 경쟁에서 콘텐츠를 비롯한 SW 경쟁력 확보는 필수기 때문이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