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오는 2018년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14% 이상) 진입 후 2026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20% 이상)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는 약 8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6.8%를 차지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실버층으로 본격 진입하면 실버산업의 대표적 의료기기인 보청기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인구의 15%가 난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국민 5000만명 중 약 750만명의 난청인이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중 가벼운 난청을 제외한 30% 이상이 보청기를 착용해야 할 정도의 난청 인구라 하면 우리나라에서 보청기 착용이 필요한 인구는 225만명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보청기 보급률은 7%(약 15만명)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처럼 보청기 착용을 꺼리는 것은 사회적으로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각에다, 비교적 높은 가격으로 인한 부담감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정품 보청기가 아닌 음성증폭기 사용으로 생긴 부정적 경험이 잘못된 인식으로 고착화된 사례도 많다.
보청기시장이 오랫동안 정체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난청을 인지하고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잘못된 선입견으로 보청기 착용을 꺼리면서 결국 생활에 불편함을 가질 정도로 청력을 잃은 뒤에야 뒤늦게 보청기를 찾는 일이 허다하다.
전 세계 난청인 대상의 한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난청을 인식하기까지 5년, 보청기를 구입·착용하기까지 약 13년이 걸린다. 청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가능한 빨리 보청기를 착용해야 청력이 떨어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는데도, 결국 청각 신경이 쇠약해 대인기피증, 우울증, 치매 등 노인성 질환으로 악화될 때까지 방치되는 상황이 많다.
국내 홈쇼핑 품목에 보청기가 등장하면서 수치적으로 확인된 부분도 여러 가지다. 홈쇼핑 구매 고객 중 71%가 보청기를 처음 착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청력검사를 실시한 결과 순음청력검사(주파수별 단일음의 강도를 조절해 청력을 검사하는 방법)에서 경도와 중도 난청 이하의 비교적 난청 정도가 심하지 않은 대상자들의 구매 비중이 54%를 차지했다.
난청과 보청기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접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 착용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었고, 제대로 알게 되면 심각한 난청 상태가 아니어도 보청기 구매 의지가 있음이 확인됐다.
우리나라 보청기 시장 규모는 연간 11만대 정도로 수년째 정체돼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실버세대로 본격적으로 진입하게 되면 보청기 시장도 현재보다는 확대될 개연성이 높다.
그러나 난청에 대한 부족한 인식과 보청기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훗날 초고령화시대에 진입했을 때 난청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우울증, 치매 등의 심각한 사회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보청기업계는 지금부터라도 난청과 보청기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인식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민은 그동안 소홀하게 여겼던 청력의 중요성과 난청에 관심을 갖고 평소 난청을 예방하는 습관을 길러야 할 필요가 있다. ‘시력을 잃으면 사물에서 멀어지지만, 청력을 잃으면 사람과 멀어진다’는 유명한 말처럼 보청기는 특별한 사람들만을 위한 의료기기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체로서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다.
신동일 포낙코리아 대표 david.shin@phona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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