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정진수 물밑협상…엔씨, 넥슨쪽 지분 되사나?

넥슨과 엔씨소프트 양쪽 경영진이 최근 ‘경영권 분쟁 해결’ 논의를 진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넥슨의 주주제안서 공개로 촉발된 공방에서도 양사는 상대 대표를 향한 공격을 자제하며 의견을 좁혀가는 모습이다. 3월 주주총회 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넥슨 쪽 엔씨소프트 지분을 되사는 ‘빅딜’이나 새로운 협력관계 발표가 이루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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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넥슨과 엔씨소프트 양사에 따르면 지난달 넥슨의 엔씨소프트 경영권 참여 선언을 전후해 박지원 넥슨 대표와 정진수 엔씨소프트 부사장을 중심으로 양사 경영진이 핫라인을 가동했다.

박 대표와 정 부사장은 지난 주 넥슨의 주주제안서 공개 직전까지 만났다. 김정주 NXC 대표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대리인을 내세워 협상한 것이다.

양사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양쪽 입장을 확인하는 차원을 넘었다”고 말했다.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넥슨이 가진 엔씨소프트 지분 처리방법과 협업 등 시너지 관계 회복까지 언급했다는 뜻이다.

양사 간 입장 차이는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넥슨은 당장 경영권을 위협하지는 않겠지만 지분으로 인한 이익이 없으면 경영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등 공세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엔씨소프트는 독자경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넥슨은 지난 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연임에 공개적으로 동의하는 한편, 최대주주로서 요구사항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투명경영을 기치로 엔씨소프트 경영진을 압박했다.

넥슨은 지난 6일 본사인 넥슨재팬 명의로 엔씨소프트에 보낸 주주제안서를 통해 ‘김택진 대표’ 자리를 제외한 넥슨 측 등기이사 선임과 △넥슨을 포함한 제3자와 협업 강화를 통한 다양한 수익원 발굴 △전자투표제 도입 △비영업용 투자 부동산 처분 △적극적인 주주이익 환원(자사주 매입 ,소각, 배당) △보유 자사주 소각 △김택진 대표이사 특수관계인으로 연간 5억원 이상 보수를 수령하는 비등기 임원 보수 내역과 산정 기준 공개를 요청했다.

이번 주총에서 임기를 연장해야 하는 엔씨소프트 등기이사가 김택진 대표 한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넥슨 쪽 인물이 엔씨소프트 등기이사로 들어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연임에 동의하면서 적극적으로 소통할 뜻을 표시하는 동시에 ‘경영 투명성’과 ‘주주이익 환원’을 기치로 엔씨소프트를 압박한 것이다.

엔씨소프트 역시 반박 대상을 넥슨재팬으로 한정하며 “양측 경영진이 대화 채널을 가동했다”고 주장했다. 넥슨이 제안을 공개한 것에 반발했지만 그 화살을 김정주 NXC 대표가 아닌 넥슨재팬으로 돌렸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넥슨의 제안은 실제로 경영권을 위협하려는 의도는 아직까지 없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며 “하지만 엔씨소프트 경영 투명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엔씨가 방어적인 태도를 계속 취할 경우 최대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분석했다.

엔씨소프트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넥슨 쪽이 김택헌 전무 등을 경영 리스크로 파악한다는 뜻”이라며 “경영진 중 친인척 활동에 투명성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특수 관계인 연봉 공개는 법이 요구하는 것 이상의 정보를 공개하라는 비합리적인 요구”라며 “임원 연봉은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가 투명하게 결정한다”고 말했다.

넥슨이 인수한 엔씨소프트 지분(15.08%)은 김택진 대표 사재로 매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김 대표가 넥슨 쪽 지분을 매입해 관계를 정리하거나, 양사가 시너지를 낼 새로운 합의를 하는 것이 해결책으로 꼽힌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넥슨이 가진 엔씨소프트 지분은 경영권에 치명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계속 들고 있기도 어려운 계륵”이라며 “넥슨이 엔씨소프트 지분으로 발생하는 이익이 명확하게 제시되는 것이 합의에 이르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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