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P2P 대출 스타트업 커먼본드(CommonBond)가 넬넷(Nelnet)으로부터 1억5000만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관련 스타트업들이 연이어 자본조달에 성공하면서 미국에서 P2P 업체의 입지가 커지고 있다.
미국 P2P 학생 대출 전문 업체 커먼본드가 오프라인 대학생 교육·대출 업체 넬넷으로부터 최소 1억5000만달러를 조달했다고 8일 블룸버그가 전했다. 벤처캐피털(VC)이 아닌 오프라인 대출업체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전통적 대출 서비스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커먼본드는 지난 2012년 세워진 P2P 학자금 대출 및 리파이낸싱 스타트업이다. 대학 재학생 중 재정 지원을 포함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학생을 투자자와 연결한다. 지난 2013년에는 비크람 판디트 전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 등으로부터 1억달러가량 유치한 바 있다.
초기 하버드·예일 등 50여개 대학에서 지금은 200여곳의 대학을 대상으로 서비스한다. 이번에 투자받은 금액으로 회사는 제공 프로그램을 현 109개에서 70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각광받는 P2P 대출 산업
P2P 대출 스타트업이 연달아 거액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미국에서 P2P 대출 사업이 급성장하는 모습이다. 1세대 업체들의 실적도 눈부시다.
세계 최대 P2P 대출 업체인 미국 렌딩클럽은 작년 12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당시 약 6조원에 달하던 기업가치가 최근에는 8조3000억원으로 뛰어올랐다.
P2P 대출 스타트업 투자도 활발하다. 샌프란시스코 기반 P2P 대출 업체 소파이(SoFi)는 최근 써드포인트벤처스·웰링턴매니지먼트 등으로부터 2억달러를 투자받았다. 모기지와 일반인 대출까지 사업 영역을 넓힐 전망이다. 이 업체의 기업 가치는 13억달러에 달한다. 지난달에는 어니스트(Earnest)가 기존 학자금에서 자동차·주택 대출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자 1700만달러를 유치했다.
◇기존 대출 서비스와는 어떻게 다르나
P2P 대출은 기존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고 온라인에서 투자가 이뤄진다. 대출 희망자와 투자자를 이어줘 직접 대출금과 이율 등을 조절해 거래할 수 있게 한다. P2P 대출 업체는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한다. 지난 2005년 시작해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은행권이 수익성이 낮은 학자금·소액 대출 등에서 철수하면서 그 자리를 꿰찼다.
대출을 원하는 사람이 필요한 금액을 제시하면 투자자들이 각자 이자율을 내 돈을 모은다. 돈이 다 모여지면 이자율이 낮은 순서대로 빌리는 경매식 구조다. 대출자는 낮은 이율로 돈을 빌릴 수 있고 투자자는 리스크(위험)를 분산시킬 수 있다. 은행 금리보다 수익성이 높아 성장 가능성이 큰 핀테크(FinTech) 산업 중 하나로 주목됐다.
스타트업들은 투자 방법을 다양화하고 대출 대상을 좁혀 위험을 줄였다. 커먼본드의 대출고객은 MBA처럼 전공별 졸업 심화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학생들이다. 투자자가 각 프로그램에 투자해 대출이 필요한 재학생에게 연결, 학생들이 학위를 딸 수 있게 했다.
◇P2P 대출, 기존 대출서비스 위협할까
미국·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P2P 대출이 활성화되자 글로벌 투자은행(IB)을 포함해 기존 금융 사업자들도 P2P 업체들과 제휴를 맺거나 직접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영국 산탄데르와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은 렌딩클럽의 대출채권을 유동화해 수익을 챙긴 데 이어 다른 P2P업체와도 협력 중이다.
이런 구도가 기존 대출 사업자에는 커다란 위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데이비드 리스터 전 크레딧스위스(Credit Suisse Group) 은행 재정구조 담당자는 “전통적 은행들은 금융위기 후 고객보다 금융당국을 더 신경 쓰기 때문에 유연성을 갖기 힘들다”며 “P2P 업체들이 이에 대한 대안을 제공해 기존 사업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은 세계 P2P대출 시장이 지난 2013년 34억달러 규모에서 오는 2025년 1조달러로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