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핀테크가 차세대 성장동력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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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핀테크(Fin-Tech)가 금융권과 IT업계에서 뜨거운 화두다. 이는 역설적으로 금융권과 금융IT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핀테크가 가진 함의나 방향성은 옳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핀테크가 메가트렌드로 성장해 금융권의 미래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선 미래변화에 적합한 정의와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바이오테크(BT), 스페이스테크(ST), 나노테크(NT) 등의 융·복합적 접근은 후기 정보화 사회의 새로운 대안이 돼가고 있다. 이제 금융권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선 적극적으로 융·복합해야 한다.

금융권에서 IT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새로운 시도가 아니다. 금융권 업무의 전산 고도화를 위한 ‘차세대 시스템 구축프로젝트’에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이 투입됐다. 금융과 IT의 융·복합만으로는 새로울 것이 없다. 단순하게 금융권과 IT의 접목으로 핀테크를 바라보게 되면, 그 용어는 새롭다 하더라도 그 내용은 새로울 게 없다. 새 부대에 헌 술을 담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에서 핀테크의 후보로 언급되고 있는 표준화된 결제, 모바일 결제, 크라우드 펀딩 등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결과 지향적이다. 즉, 이미 성공한 비즈니스를 빨리 따라가기 위한 것이다.

핀테크가 금융권 및 금융IT의 차세대 먹거리 혹은 차세대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선 후행적으로 수요에 부응하는 기술 개발이 돼선 안 된다. 그러한 기술은 시장이 크거나 기술선도적인 미국, 유럽, 이스라엘, 중국 등에서 먼저 할 것이다. 단순하게 해외의 핀테크를 패스트팔로하는 전략은 우리나라의 언어나 기술구조 등으로 구축된 그나마 존재하는 낮은 경제적 방어선조차도 빨리 사라지게 만들 우려가 있다. 그 낮은 방어선을 지키려 해도 조만간 무너지겠지만 말이다.

핀테크의 성공을 위해선 전략적 미래예측에 기반해 수요예측이 아닌 수요창조로 접근해야 한다. 제로 이코노미, 인공지능, 3D프린팅 등은 새로운 금융 체계를 요구할 것이다. 인공지능 등으로 야기되는 새로운 미래를 전략적으로 예측해 핀테크의 수요를 창조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또 금융과 IT가 융합적 접근을 해야 한다. 금융권에서 IT는 부수적이거나 종속적이었다. IT 조직이나 시스템이 수익에 얼마나 기여하는 지가 명확하지 않지만, 우리나라의 열악한 IT 생태계가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금융과 IT가 대등하게 되거나 혹은 비즈니스를 이끄는 IT가 될 필요가 있다. 글로벌하게 도입이 확대되고 있는 CDO(Chief Digital Officer)를 설치하는 것을 고려해 봐야 한다.

CDO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IT로 가능하게 하거나 혹은 마케팅 등을 하는 최고책임자를 의미한다. 미국 등의 경우 CDO 출신 중에서 CEO로 승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핀테크의 활성화를 위해선 그에 적합한 제도도 준비돼야 한다. 법제도는 그 본질적 특성인 법적안정성으로 인해 수시로 변경될 수밖에 없다. 또 인지적 한계로 인해 과거 지향적일 수밖에 없다. 법이 보수성을 띨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법제도가 갖는 고유의 특성만을 따르자면 우리는 국제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기껏해야 해외 핀테크 기업이 먹기 귀찮아서 남긴 작은 비즈니스 조각에만 침을 흘려야 할 것이다.

미래변화에 대응한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라 법제도의 변화 수요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금융위에 가칭 ‘금융미래전략위원회’를 두고 금융의 미래 성장 동력을 준비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공식적으로 위원회를 두는 것에 시간이 걸린다면, 민간에서 금융 미래전략 협의회를 먼저 만들고 금융위 등에 핀테크에 대한 국가전략적 제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핀테크도 우리에게 밀려오는 거대한 후기 정보사회라는 쓰나미 위의 잔물결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나라 시민을 포함한 세계 인류는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새로운 사회로 넘어가고 있다. 전환기의 포스트 노멀(Post-Normal)로 인한 고도의 불확실성과 위험이 현 시대가 가지는 고유의 특징이다. 이 포스트 노멀을 관통할 수 있는 시각과 현명함이 핀테크를 성공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항해사 자격증이 될 것이다.

윤기영 FnS컨설팅 대표 synsaj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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