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차세대 친환경차인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FCEV) 가격을 40% 이상 전격 인하했다. 이는 수소연료전지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공격적인 가격 전략이다. 특히 도요타가 지난해 말 출시한 세단형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가 급부상하면서 ‘세계 최초 양산 업체’라는 현대차의 주도권이 위협받는데 따른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확대 및 시장 선점을 위한 현대차와 도요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대표 정몽구)는 2일부터 대당 1억5000만원인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 국내 판매 가격을 8500만원으로 43.3% 낮춘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해외 판매 가격 인하도 검토 중이며, 시장 상황에 맞춰 구체적인 인하 폭과 시기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2013년 글로벌 완성차 업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 양산 체제를 구축한 현대차는 이번 가격 인하를 통해 국내외 보급을 확대하고, 글로벌 경쟁에서도 주도권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했다.
현대차가 최대 경쟁상대로 꼽는 업체는 일본 도요타다. 도요타는 지난해 말 세단형 FCEV 미라이를 출시한 이후 한달만에 1500대 계약을 달성했다. 이는 올해 연간 생산 목표의 갑절을 뛰어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도요타는 올해 700대 판매에 이어 2016년 2000대, 2017년 3000대로 미라이 생산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미라이는 개발 단계부터 수소연료전지차에 최적화된 플랫폼으로 6000만원 후반대의 가격을 책정해 현대차보다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가 이번에 40%가 넘는 공격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한 것도 도요타 미라이와의 경쟁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두 차량의 가격 차이는 아직 1700만원이 넘는다. 현대차 측은 일본 업체들이 엔화 약세의 수혜를 누리고 있고 SUV 가격이 세단보다 통상적으로 높게 형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차량의 가격차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가 세계 최초 양산 차라는 타이틀 외에도 소음과 실내 및 적재공간 활용도, 마감재 등에서 우수하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2013년 이후 지금까지 약 200여대의 수소연료전지차를 판매했다. 유럽에서는 정부·지자체 및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미국 시장에서는 리스를 활용해 일반 고객에게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 가격을 큰 폭으로 내림에 따라 구매 부담을 줄여 국내 수소연료전지차 보급이 한층 용이해질 것”이라며 “특히 수소 충전 인프라의 점진적인 확대와 판매량 증가를 통해 수소연료전지차 대중화를 크게 앞당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소연료전지차는 물 외에 배기가스 배출이 전혀 없고,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짧은 전기차에 비해 항속거리가 길어 대표적인 차세대 친환경차로 각광받고 있다.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는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100kW 연료전지 스택과 100kW 구동 모터, 24kW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했고, 1회 충전 시 415㎞를 주행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까지 수소연료전지차 라인업을 2개 차종으로 확대해 시장 선도기업의 위상을 공고히 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결정은 수소연료전지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추진 중인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하는 취지다. 광주시와 현대차그룹이 최근 출범시킨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주요 사업으로 자동차 분야 창업 지원과 함께 수소연료전지차 산업 생태계 조성을 중점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